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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7일 2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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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볍씨가 관심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볍씨가 출토된 토탄층(땅속에 옛 유적이 보존되어 있는 흙)의 연대가 1만3000여년전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볍씨가 토탄층 연대와 같은 1만3000여년 전 것이라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가 된다. 현재까지의 세계 최고(最古) 볍씨는 1997년 중국 허난성에서 출토된 약 1만년전 볍씨이고, 한국 최고는 1991년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출토된 약 5020년 전의 볍씨다.
충북대박물관은 1998년 소로리에서 2종의 볍씨 20여개를 발굴했고 지난해 이 볍씨가 출토된 토탄층을 연대 측정한 결과, 1만3000여년전 것이라고 발표했다(본보 2000년8월3일 A29면 보도).
그러나 당시 학계의 반응은 유보적이었다. 상식적으로 벼농사는 청동기시대에 시작됐고 1만3000여년 전 구석기시대에는 벼농사를 짓지 않았다는 점, 소로리 출토 볍씨를 인간이 직접 기른 재배벼로 보기 어렵다는 점, 토층이 1만3000년전이라고해서 볍씨 자체가 1만3000년전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 등이 그 이유였다.
이후 충북대박물관은 이곳에서 최근 5개의 벼껍질과 20여개의 유사벼 껍질을 새로 찾아냈다. 김종찬 서울대 교수(지질학)의 연대측정 결과, 이 토탄층은 1만3920년전∼1만2930년전으로 밝혀졌다.
이 발굴을 이끌고 있는 이융조 충북대 교수는 지난주 이 유적을 공개하고 “지난해와 올해 두차례에 걸친 연대 측정결과가 거의 일치한다”면서 “인류 벼농사 기원에 관한 연구에 있어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학계의 의견은 조심스러운 편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4기 지질연구팀은 “토탄층에서 나온 화분(花粉) 분석 결과, 탄소연대측정자료인 1만3000여년전과 잘 일치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해 좀더 정밀한 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한 고고학자는 “토탄층에 대한 연대 측정이 아니라 벼 자체에 대한 절대 연대 측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소로리 출토 볍씨가 재배벼인지 여부를 밝혀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인간이 직접 기른 재배벼가 고고학적 문화적으로 의미가 있고 그래야만 벼농사의 기원을 연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야생에서 자란 벼는 문화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토탄층 연대가 1만3000여년이라는 점으로 볼 때, 소로리 볍씨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일 가능성은 남아 있다. 소로리 볍씨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중요한 유물이고 소로리 토탄층은 중요한 유적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연구와 추가 학술 발굴이 필요하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이에 따라 충북대박물관은 “오창과학산업단지가 이미 들어서 이 유적이 멸실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에 사적 지정 등 토탄층 2000여평에 대한 보존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