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고독한 화가 간절한 예술혼 '예술가로 산다는 것'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8시 38분


◇ 예술가로 산다는 것/박영택 지음/208쪽 1만5000원 마음산책

우리가 책을 읽고 일기라도 쓰지 않으면 그날은 없는 것이다. 쓰고 그리는 모든 표현은 망각에 대한 저항이리라. 누구보다 흘러갈 뿐인 삶이 아쉬워서 작가들은 작업한다. 그러면 예술의 혼이 담긴 작업실 풍경은 어떠할까. 나는 작업실 구경하기를 참 좋아한다. 20대 때 본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업실 풍경은 내가 게으름을 피울 때마다 울리는 경종이 되었다. 그만큼 작업실은 치열한 생존의 공간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최근에 출간된 ‘예술가로 산다는 것’을 읽는 동안 사람을 숙연하게 만드는 이것이 뭘까 한참 생각했다. 한마디로 ‘간절함’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가슴 깊이 울렁거리게 하는 예술의 힘, 책의 힘은 먼저 간절함, 절실함에 있을 것이다. 뭔가 그럴싸하게 포장됐으나 쭉정이로 가득한 시대에 징하게 토종 된장국을 곁들인 식사를 대접받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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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큐레이터이자 미술평론가다. 그는 자신이 만난 작가들 중 상처처럼 진한 기억을 남긴 예술가 10명의 작업실을 방문해서 자신을 회의하고, 금을 캐듯 미술과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특히 10명은 세상이나 남이 알아주든 말든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작업에만 전념하는 오지의 화가들이다.

화가들의 작품이 대작은 아니라도 삶의 절실함, 간절함이 배어 있는 감동을 주고, 외로운 아웃사이더인 화가와 그 작품의 진수를 보는 저자의 올곧고 따뜻한 시선, 명민한 사유, 그만의 문장이 주는 아름다움이 읽는 이를 숙연하게 만든다.

치열하게 살려고 하는 자들, 진정 알고자 하는 이들을 충족시킬 미술 전반의 교양지식과 재미도 곳곳에 담겨 있어, 줄 치며 읽는 동안 역시 좋은 책은 진정한 내 자신으로 돌아오기, 또다른 삶의 매혹과 경이로움을 만나는 일임을 깨닫는다. 신현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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