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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9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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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올 노벨 의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릴랜드 하트웰 박사(61) 등 세 명이 선정되자 많은 전문가들은 이 중 주도적 역할을 한 하트웰 박사가 속한 미국 시애틀의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의 진가가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이 병원은 미국에 입양된 한국인 성덕 바우만이 백혈병으로 사경을 헤매다 96년 7월 골수 이식으로 새 삶을 얻은 곳이기도 하다.
허친슨 암연구센터는 보잉사, 마이크로 소프트사와 함께 ‘시애틀의 3대 자랑’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 곳은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명투수 프레드 허친슨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매년 병원 주최로 메이저리그의 투수 한 명을 뽑아 ‘허친슨상’을 주고 있다.
허친슨은 1940년대 시애틀 레이너즈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서 활약했으며 신시내티 레즈의 감독으로도 활동했지만 64년 폐암으로 숨졌다. 이후 그의 형과 팬들은 그를 기리기 위해 기금을 모았고 75년 당시 워싱턴 주립대 교수였던 도널 토마스 박사를 영입해 이 병원을 정식 개원했다.
토마스 박사는 77년 이 병원에서 세계 최초로 골수 이식에 성공했고 이 공로로 90년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그는 수상금 35만 달러를 모두 병원에 기부해 기초 의학자들을 유치했으며 이후 이 곳은 ‘세포 연구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이 병원은 환자 치료와 연구의 두 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곳으로도 유명하며 줄기세포를 이용한 암의 유전자 치료 등에서 세계 최고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의료계에선 이 곳의 의학자들을 ‘시애틀 그룹’으로 부르고 있다.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김동욱 교수는 9일 “90년대 말 이 병원에서 교환교수로 있을 때 골수 이식 관련 회의 당시 늘 나타나는 세포 연구가가 있었는데 신문에서 노벨의학상 수상자 사진을 보니 그가 하트웰 박사였다”고 말했다.
허친슨 암연구센터에선 골수를 이식하는 방법 외에 피를 만드는 ‘조혈모세포’를 골수가 아닌 혈액에서 뽑아내 이식하는 방법을 개발했고 이들 치료법으로 에이즈와 난소암 유방암 등 수많은 질병을 치료하고 있다. 매년 550명 정도가 이 곳에서 조혈모세포 이식으로 새 삶을 찾고 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