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이부부의 세계 맛기행]덴마크의 차이나 박스

  • 입력 2001년 9월 26일 16시 49분


여행을 나오면 그나라의 음식을 경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솔직히 유럽 여행 나와서 맨날 빵만 먹고 살 수 있나요? 특히 우리 한국 사람들은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매운맛을 봐야 하고 쌀을 씹어야 밥 먹은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한국 식당에 자주 들를 수도 없는 노릇이죠. 해외에서 우리나라 음식을 먹으려면 그 가격이 만만치 않거든요. 그래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저희의 상실감을 대충 만족시키는 것이 바로 중국식당입니다. 아마도 전 세계에 중국인이 곳곳에 살지않았더라면 그래서 그들이 군데군데 중국 음식점을 만들어놓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특히 홍대리는 이번 여행에서 완전히 굶어 쓰러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여기서 잠깐. 우리가 보통 음식을 먹을때 고려하는 포인트에 대해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중요도에 따라 4가지 정도로 정리를 하자면

1. 가격- 얼마나 저렴한 수준인가?

2. 양 - 먹고나서 배가 빵빵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양을 가지고 있는가?

3. 맛 - 짜거나 싱겁거나 번들거리지 않고 우리 입에 잘 맞는가?

4. ? -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먹고나서 느껴지는 뿌듯함(그러니까 빵조가리를 먹고나서 배는 부른데 왠지 뭐랄까 표현할 수 없는 허전함의 반대)이 있는가?

이 4가지 요소를 각각 1점씩 4점만점으로 놓고 보면

* 해외에서 사먹는 한식: 양과 맛과 뿌듯함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편이라서 쉽게 먹기 쉽지 않고 여기까지와서 한식을 먹어야하나하는 부담감도 있어서 특별 마이너스 포함하여 3.1점

* 동남아 음식: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을 가지고 있고 먹고 나서 느끼는 허전함도 없지만 음식에 따라 함정(맛없는 음식)이 많으니 3점

* 레스토랑에서 먹는 서양음식의 경우 때때로 아주 맛이 좋은 것과 푸짐한 양이 있는 것이 걸리기는 하지만 대부분 가격이 비싸고 먹고나서 허전함을 느끼게 되니 2.4점

* 샌드위치나 햄버거 : 저렴한 가격, 푸짐한 양, 입에 잘맞는 맛을 가지고 있지만 역시 허전함이 있으니 3.5점

* 중국음식의 경우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을 유지하고 언제나 푸짐한 양을 자랑하며 우리 입맛에도 적절히 잘 맞고 또한 먹고나서 느끼는 뿌듯함까지 있으니 4점만점에 4점을 받아 마땅하다는 평가가 나오는군요. 하하.

이러한 연유로 우린 여행 중에 '중국음식점'만 보면 눈을 반짝거렸고 속이 허하다고 느껴지거나 밥생각이 난다거나 뭔가 배부르게 먹어야겠다고 생각될 때면 어김없이 중국식당을 찾았지요. 그렇게 중국음식을 먹고나서는 '휴, 중국 사람이 세상에 널리 퍼져있지 않았더라면~'하는 안도감을 내쉬곤 합니다. 좀더 솔직히 말하면 식도락의 일환으로 찾는 특별한 요리 이외에 한 3분의 1은 중국음식을 먹었다고 할까요? (특히 볶음밥! 챠오한(일본어),챠오판(중국어), 나시고랭(싱가폴,말레이지아), 카우팟(태국어), Fried Rice(영어))

덴마크에도 물론 몇가지 전통음식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음식도 아닌데다가 무엇보다 음식값이 너무너무 비싸서 전통음식 먹기를 잠시 포기하고 늘 허기진 배를 움켜지고 다녀야 했습니다.

그래서 뭔가 배부를만한 것을 찾다가 드디어 '보물'을 발견했습니다. 길거리의 중국식 Take Away- 차이나 박스! 보통 한끼 100크로네(15,000원)정도인 다른 덴마크 음식에 비해 28크로네라는 파격적인 가격과 푸짐한 양에 우린 주저없이 이 중국집을 애용하게 되었습니다.

메뉴는 유리 진열장에 '볶음밥, 볶음국수, 새우튀김, 닭고기튀김, 춘권, 오징어튀김'이렇게 대여섯가지 종류를 펼쳐 놓고 있습니다. 그중 3가지를 고르면 종이로 된 도시락통에 아무렇게나 섞어 얹어내주니 조금만 흔들거리면 개밥처럼 모양새가 영 좋지는 않지요. 그래도 배고프고 가난한 여행자에게는 눈물나도록 고마운 한끼 식사가 된답니다. 거기다 가지고 다니던 튜브 고추장 조금씩 짜서 먹으면 '이보다 더 든든할 수는 없다'가 되는 것이죠.

동양사람들만 이 중국음식을 좋아하는게 아니더라구요. 워낙 가격이 싼데다 양이 많으니 점심시간이면 노란머리의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서 한참 기다려야 한박스의 중국 음식을 받을 수 있을 정도였거든요.

덴마크의 요리를 기대했던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오늘은 잠시 외도를 했네요. 하지만 덴마크에서 가격 대비 효율을 비교할 때 이보다 더 훌륭한 식사는 없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갑은 가볍고 배낭은 무거운 북유럽 배낭여행자들에게 한끼 영양 보충으로 덴마크 코펜하겐의 'China Box'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 어디서 먹나요?

「차이나 박스」덴마크 코펜하겐에는 시청앞 광장에서 시작하는 보행자 전용 거리인 스트뢰에(Ströget)가 있습니다. 코펜하겐의 유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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