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초점]문광위 "李씨 인터뷰 방송후 주가 35% 폭등"

  • 입력 2001년 9월 24일 18시 45분


KBS 박권상 사장(왼쪽)으로부터 최재승 위원장이깍듯한 자세로 선서문을 전달받고 있다
KBS 박권상 사장(왼쪽)으로부터 최재승 위원장이
깍듯한 자세로 선서문을 전달받고 있다
‘이용호(李容湖) 게이트’의 불똥이 공영방송사인 KBS로까지 튀었다.

24일 국회 문화관광위의 KBS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7월 24일 KBS1 TV의 ‘클로즈업 오늘’ 프로그램에 지앤지(G&G) 이용호 회장이 출연한 경위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언론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을 중단한 지 14일 만에 국감에 합류한 박종웅(朴鍾雄·한나라당) 의원이 문제를 제기했다.

박 의원은 “KBS가 600억원대의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로 내사를 받고 있던 이 회장의 해명성 인터뷰를 방영함으로써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며 “이 회장이 여론 조작을 위해 언론사에까지 로비자금을 뿌린 게 아니냐는 추정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송이 나간 지 1주일 후 이 회장이 대주주인 4개 회사의 주가가 평균 35.8%나 폭등했으나 9월 21일 현재 이들 회사의 주가는 평균 69.5%나 폭락하고 시가 총액만 2134억원이나 줄어들어 선량한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봤다”며 “KBS는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책임을 질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의 인터뷰방송전후
이용호회장 관련기업 주가변동상황
7월24일
(인터뷰방송)
7월31일
(방송1주일후)
9월21일
KEP전자3010원4080원
(35.5% 상승)
1300원
(68.1% 하락)
인터피온360원555원
(54.1% 상승)
195원
(64.9% 하락)
조흥캐피탈1170원1540원
(31.6% 상승)
630원
(59.1% 하락)
삼애인더스9200원1만1250원
(22.2% 상승)
1565원
(86.1% 하락)

남경필(南景弼·한나라당) 의원도 KBS의 이모 본부장과 여권 고위인사 간의 친분설을 제기하면서 “만약 이모 본부장을 통해 외압이 있었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는 사람을 방송에 출연시켜 주고 주가를 올려 많은 시청자가 손해를 보는 결과를 초래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는 또 “방송제작 관행상 출연자 교섭은 담당 PD가 하게 돼있는데 책임프로듀서(CP)인 김모씨가 직접 이 회장을 섭외한 것은 이모 본부장이 CP에게 출연섭외를 지시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이 회장의 인터뷰 방송이 나간 다음날 KBS 심의평가실 회의에서 ‘최근 이용호씨가 정관계 인사와의 연루설이나 주가조작설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인터뷰 대상으로 적절했는지 의문이 든다’는 의견이 나왔고 이는 임원회의에도 보고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병국(鄭柄國·한나라당) 정진석(鄭鎭碩·자민련) 의원도 “제작진이 이 회장을 ‘천재적 기업사냥꾼’이니 ‘털어도 먼지 하나 안 난다는 프로기업인’ 등으로 소개했고 정관계 커넥션에 대한 질문과 답변에서도 이 회장이 올바른 기업가인 것처럼 보이도록 방영했다”며 “이는 KBS가 범법자의 홍보도구로 전락했다는 방증”이라고 가세했다.

반면 심재권(沈載權·민주당) 의원은 “확실한 근거도 없이 뭔가 비리나 음모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KBS 박권상(朴權相) 사장은 “이 프로그램에 ‘전격 인터뷰’란 코너가 있는데 출연자 교섭이 잘 안 되는 상황에서 한 주간지에 (이 회장이) 화제가 됐다고 해서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모 본부장은 “여권 인사 중엔 아는 사람이 없고 한나라당 모 의원과 30년간 교분이 있다”고 답변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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