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적자위기 삼성전자 "외국인마저…"

  • 입력 2001년 9월 24일 18시 31분


삼성전자는 요즘 혹독한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다.

창사이래 처음으로 ‘분기 적자전환’이라는 실적발표를 눈앞에 두고 있고, 전체주식의 절반이 넘는 주식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은 연일 매도공세를 펴고 있으니 주가가 신통할 리 만무하다.

외국인들은 17일부터 순매도 행진을 시작해 24일까지 거래일수 기준으로 6일째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가장 큰 문제는 환매압력을 받고 있는 미국 뮤추얼펀드들이 반도체 주식의 비중을 크게 축소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6∼19일 동안 전체 뮤추얼펀드에서 모두 59억 달러가 빠져나갔는데 이 여파가 국내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로 연결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한국투자신탁증권 민후식연구위원은 “뮤추얼펀드 환매로 투자금의 절대액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업종 투자비중까지 축소된다면 삼성전자로서는 엎친데 덮친 격”이라며 “당분간은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 팔기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반도체 제조회사와 장비업체 등 16개사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8월1일 636.54포인트에서 21일 381.01로 40.14% 떨어진 것도 눈여겨볼 대목. 삼성전자 주가는 8월1일 19만8000원에서 14만원대로 27%밖에 빠지지 않았다.

결국 ①외국계 펀드의 유출 ②통제불가능한 시장리스크 확대 ③4분기 회복 기대감 상실 등으로 외국인 순매도는 계속될 것이며 이들 요인이 제거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13만원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미국 현지시간으로 24일 발표되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실적도 외국인의 투자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교보증권 김영준책임연구원은 “반도체 가격이 5월 이후 급락했기 때문에 마이크론의 6∼8월 분기 매출은 전분기보다 30% 이상 줄어들 것”이라며 “테러사건 이후 반도체 경기 반등이 미뤄질 것이라는 공감대 때문에 당분간 반도체회사의 주가는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삼성전자의 실적은 4분기를 기점으로 호전될 수 있기 때문에 1년 이상의 장기투자자라면 13만원대를 매수 타이밍으로 잡는 것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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