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석중/부실자산 처리 서둘러야

  • 입력 2001년 9월 23일 18시 54분


경제테러 원인 제거를 위한 부실자산의 처리

세계의 중심으로 자부하는 미국의 뉴욕과 워싱턴에 천인공노할 테러 공격이 자행됐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현실로 벌어지고 말았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테러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즉,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그래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불확실성과 싸우는 ‘새로운 전쟁’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하고 나섰다.

▼불확실성 제거에 힘 모을때▼

미국 테러사태에 따른 ‘후폭풍’으로 경제에 미칠 영향에 세계 각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아 국제 원자재 가격 및 선진국의 소비, 투자, 수입의 변화와 자본의 이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들 변화를 주어진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수동형 경제인 까닭에 더욱 좌불안석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어서 정부는 2차 추경예산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를 계획하고 금리를 낮추는 재정 금융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지출 확대는 재정적자 누적을 감수해야 하고 금리인하를 통한 금융정책은 경제의 구조적 왜곡으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따라서 재정 금융 정책도 중요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 치유하는 정책을 앞세워야 한다.

우선 테러사태 이후 환율, 유가, 주가 등의 지표변화는 예측이 의미가 없을 만큼 급등락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정치, 군사, 종교, 이념의 충돌로 발생하는 테러처럼 언제, 어디서, 어떻게 튈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즉, 경제도 테러처럼 불확실하게 움직이는 ‘경제테러시대’인 것이다.

이렇듯 불확실성의 특징을 갖는 ‘경제테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불확실성의 제거에서 찾아야 한다. 외부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면 내부의 불확실성만이라도 신속하게 제거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의 상징인 대우자동차, 현대투신, 하이닉스반도체, 서울은행의 처리를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 다행히 대우자동차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나머지 대형 부실자산 처리는 지나치게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 자산의 처리는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효과가 크고 규모면에서도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조기 매듭이 필요하다.

이들 부실자산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헐값 시비, 지역 및 집단 이기주의에 근거한 비경제적 논리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경제논리에 입각한 처리 원칙은, 객관적이고 정확한 실사(實査)를 바탕으로 자생력을 판단하고 기업의 이해 관계자인 채권자 및 주주가 자신의 이익 극대화나 손실 최소화를 위해 매각, 청산, 또는 지원을 선택해 차질 없이 시행하는 것이다. 헐값 시비와 지역 이기주의 및 집단 이기주의 요소가 가미되면 당연히 처리가 늦어지고 왜곡되며 경제적으로 최적의 선택이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만약 매각이 경제적으로 최선의 선택이라면 헐값 시비는 의미가 없다. 헐값의 정의는 상대적일 뿐만 아니라 채권자와 주주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곧 국민경제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고,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은 현재와 미래의 상황과 가치가 모두 반영된 가장 효율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비록 매각하는 측과 매입하는 측의 원하는 가격에 차이가 나더라도 협상을 통해 양자가 합의하는 가격에 매각하는 것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이는 곧 이윤 극대화와 동일하다.

▼비경제적 논리 개입 안될 말▼

지역 및 집단의 저항이 경제적 선택에서 우선 고려돼서도 안 된다. 정치적으로 표를 의식해 경쟁력을 상실한 지역 및 집단에 현상을 유지시키는 것은 결국 온 국민이 해당 지역과 집단을 보조함으로써 국가적 손실을 늘리고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며 끝없는 왜곡을 불러와 장기적으로는 정치적으로도 손해를 보는 결과로 나타난다. 경제 원칙을 지키는 것이 해당 지역과 집단에도 장기적으로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경제테러시대를 맞아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부실자산의 처리는 실효성이 적은 재정 금융 정책에 우선해야 한다. 또한 부실자산의 처리는 경제 논리가 비경제적 논리보다 우선해야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손해도 덜 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김석중(전경련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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