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부산아시안경기대회 '굴욕적 협상' 왜?

입력 2001-09-21 18:47수정 2009-09-19 07:13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02 부산아시아경기대회’를 둘러싸고 말이 많다.

최근 부산시와 부산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측과 모종의 이면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평등 계약’이니 ‘굴욕적인 협상’이니 하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조직위가 왜 OCA측과 이면계약을 했느냐는 것. 특히 조직위가 OCA에 예탁한 2000만달러(약 260억원)의 약속이행보증금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유치전부터 ‘무리수’〓문제의 발단은 2002 아시아경기대회 유치를 둘러싸고 부산과 대만 카오슝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던 95년 5월 서울 OCA총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만은 대회참가 전선수와 임원의 항공비 및 체재비를 부담하고 마케팅으로 번 수익금 중 최소 1000만달러를 OCA에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42개 OCA 회원국들의 지지도 상당했다.

당시 세 불리를 느낀 김기재(金杞載) 전 부산시장이 공개연설을 통해 파격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마케팅 및 스폰서를 통한 수입에서 3500만달러(약 455억원)의 발전기금을 제공하겠다는 것.

우여곡절 끝에 부산은 대회를 유치하게 됐지만 발전기금 3500만달러는 두고두고 부산시와 조직위의 발목을 잡았다. 막상 대회를 준비하다보니 마케팅 사업으로 3500만달러는커녕 1000만달러도 수익을 내기 힘들게 된 것. 결국 부산시와 조직위는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내부적으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OCA측의 반발〓OCA측은 99년 11월부터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했다.

조직위는 이에 대해 “발전기금은 마케팅과 스폰서 등을 통한 수익금이 총 1억5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제시한 금액”이라고 물러섰으나 OCA측은 완강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조직위 수석부위원장인 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은 “내가 한 약속도 아니고 공식문서로 계약한 것도 아니다”고 발뺌했다. 더욱이 그는 또 휘장사업 등 마케팅 사업은 OCA의 관리 감독 하에 진행해야 한다는 OCA헌장 규정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벌여나갔다.

이에 발끈한 OCA는 지난해 8월 개최권 박탈 의사를 표명하고 나서 자칫 부산대회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당황한 부산시와 조직위측은 한기복(韓基復) 당시 사무총장을 내세워 OCA를 달래는 한편 재협상에 나섰다. OCA도 부산대회를 박탈하면 그 후유증이 클 것으로 보고 한발 물러서 지난해 9월 호주 시드니올림픽 때 양측이 정식으로 협약을 체결했다.

▽시드니 협약〓이 협약에는 안상영 부산시장과 한기복 전 조직위 사무총장, 김운용(金雲龍) 조직위원장 대리인, OCA 무탈레브 사무국장 등이 서명했다.

이 협약서는 조직위가 OCA에 내 놓기로 한 ‘발전기금 3500만달러’는 없었던 것으로 하고 그 대신 조직위는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OCA에 2000만달러를 예탁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 OCA는 향후 조직위가 OCA헌장을 충실히 이행하면 올 10월15일 1000만달러를 조직위에 돌려주고 나머지 1000만달러는 대회가 끝난 후에 돌려준다고 했다. 조직위는 OCA헌장에 명시한 마케팅 수입의 3분의 1을 OCA에 대회 후 지불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OCA측은 협약 내용이 공개될 경우 42개 회원국들이 ‘부산에 특혜를 준 이유’를 따지고 나올 것을 우려해 묘안을 내놓았다. 2000만달러의 약속이행보증금 부분에 대해서는 이면계약을 요구하고 공개될 경우 이 돈을 인출해 가겠다고 못박았다.

▽전망과 과제〓이면계약 내용이 공개됨으로써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곳은 부산시와 조직위. 자칫하면 2000만달러를 날릴 판이다.

아직까지 OCA측은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입장이 난처하기는 마찬가지. 시드니 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OCA 관계자들이 조직위 관계자에게서 모종의 향응을 제공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한 체육계 인사는 “대회 유치 이후 곧바로 부산시와 조직위가 협상을 벌여 합리적인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더라면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직위가 지금이라도 서둘러 OCA와 ‘재재협상’을 갖고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갈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