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시로 돈이 움직인다…美테러후 예탁금 증가

  • 입력 2001년 9월 19일 19시 54분



미국 테러사건 이후 콜금리인하 등 강도 높은 증시대책이 발표되자 증시로 돈이 움직이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금리인하와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대세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전격적으로 0.5%포인트 인하하고 증권업계가 사장단 회의를 열어 순매수를 결정하는 등 대미 테러사건 발생 이후 증시를 부양하기 위한 각종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개별종목에 대한 옵션거래와 우리사주신탁제도(EOSP)가 새로 도입되는 것도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조치는 테러사건 이후 저점에 대한 논쟁과 함께 개인투자자들의 돈이 증시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적지 않은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콜금리 인하, 고객예탁금 몰고 올까〓예상보다 큰 폭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는 증권가의 환영을 받았다. 테러사건 이후 고객예탁금이 늘어가는 추세였기 때문에 콜금리 인하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성격이 강하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견해.

현대증권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저금리 추세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돈을 들고 오지 않은 것은 경기에 대한 부담과 시장 리스크 때문이었다”며 “테러사건으로 강한 지지선인 500선이 무너지면서 리스크가 상당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는 인식과 함께 초저금리를 견디지 못한 개인투자자의 돈이 증시로 밀려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테러사건이 발생한 12일부터 18일까지 장이 열린 5일간 신규로 늘어난 고객예탁금은 무려 1조600억원이나 됐다. 이 금액을 8월 이전 한달 기준으로 비교해도 올해 중 가장 큰 규모. 그는 “이번 콜금리 인하로 은행에 돈을 맡겨둔 사람들은 더욱 불안하게 됐지만 부동산과 채권 시장이 과열돼 있어 결국 부동자금은 위험부담이 줄어든 증시로 몰려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국내증시가 미국시장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 때문에 콜금리 인하가 증시를 급격하게 부양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콜금리 인하가 투자심리 안정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국내 증시가 미국시장 등 외생변수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효과는 미지수”라며 “특히 미국의 보복공습이 단행되지 않아 아직 증시 주변의 불확실성은 가시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관들 순매수 기조 이어갈 수 있을까〓증권업계는 17일 사장단 회의를 열고 당분간 주식시장에서 순매수 기조를 지키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18일 일부증권사들이 손실매매를 이유로 매도에 나서면서 98억원대 순매도를 기록, 투자자들로부터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자 19일 재차 사장단 회의를 연 뒤 “어떻게 해서든 순매수 약속을 지키겠다”고 발표했다. 증권사들의 약속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증시 주변의 수급구조 개선에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증권사들이 이렇게 지지하는 것은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500선 이하에서의 매수는 손해보다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특히 최근 주택은행이 1조원을 주식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다 금리인하로 채권시장까지 과열되자 금융기관들이 적지 않은 돈을 증시로 들고 들어오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낳고 있다.

▽개별종목 옵션과 우리사주신탁 도입의 영향은〓주식시장은 개별주식옵션이 도입되면 개별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특히 외국인투자자의 위험회피 수단이 생긴다고 보고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 거래가 시작되기 때문에 당장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사주신탁제도의 시행은 기관의 매수여력을 늘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증권 이정민 애널리스트는 “우리사주신탁제도는 기업과 종업원이 공동으로 출연해 자사주를 취득함으로써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매입할 때도 소득공제로 인정돼 세제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증시 활성화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영해·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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