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벤처투자 20년…'미다스의 손'

  • 입력 2001년 9월 17일 18시 59분


“경기가 나쁠 때 투자하고 좋을 때 거둬들이는 것은 투자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정보통신기술(IT) 경기가 한없이 나빠질 것 같지만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최근 지식과창조벤처투자를 인수한 전일선(全日善·53·사진) 선벤처파트너스 대표는 “다음달에 200∼300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을 결성, IT와 바이오 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화려한 명성은 없지만 국내에서 손꼽는 정통 벤처캐피털리스트. 그는 1981년 한국종합기술금융(현 KTB네트워크)이 설립될 때 입사해 20여년간 벤처투자의 외길을 걸어왔다. KTB에서 그는 미래산업 성미전자 한국통신프리텔(현 KTF) 등에 투자, 1000억원이 넘는 투자수익을 남겼다.

권성문 사장과 뜻이 맞지 않았던 그는 99년 4월 KTB를 나와 두달 뒤 한국드림캐피탈(현 미래에셋벤처캐피털)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부터 1년간 그는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에 투자, 1000억원이 넘는 세후(稅後) 순이익을 남겼다. 다시 한번 ‘미다스의 손’임을 입증한 것.

그러나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의 인연은 1년을 넘기지 못했다. 경영의 독립성을 둘러싸고 박 회장과 마찰이 생기자 작년 5월 한국드림캐피털의 대표 자리를 내던지고 연말경 선벤처파트너스(자본금 73억원)를 설립했다.

착실한 정통투자로 기반을 넓힌 그는 마침내 선벤처파트너스보다 몸집이 큰 지식과창조벤처투자(자본금 100억원)를 인수할 수 있었다.

그는 “벤처캐피털리스트와 벤처기업가의 길이 갈수록 험난해진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선진국에서 히트한 사업의 30∼40%는 국내에 그대로 들여와도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확률이 10∼15%로 떨어졌습니다. 스스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실력을 기르지 않고 선진국만 모방하는 벤처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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