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在獨 서양화가 차우희 '화폭 가득한 문학적 상상력'

  • 입력 2001년 9월 16일 18시 42분


재독 서양화가 차우희씨(56)가 최근작을 선보이는 개인전을 갖고 있다.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이화익갤러리.

1985년 독일 연방정부 학술교류기금 초청으로 베를린에 정착한 이후 유럽을 무대로 활동해 오고 있는 차씨는 최근 국내에서 여성 미술인에게 주는 제 12회 석주미술상을 수상해 작품세계를 인정받은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 차씨는 제임스 조이스, 김수영, 김춘수, 두보 등 동서고금 문학가들의 작품세계에서 얻은 영감을 소재로 한 작품 20점을 선보인다. 유화작품인 ‘돛의 단상’ 연작, 콜라주인 ‘기억 속의 목소리들’ 연작, 그리고 부조적 오브제 작업 등.

‘돛의 단상’ 연작(10호 안팎 크기)은 수십 번 두텁게 칠한 흰색 바탕 위에 사다리 창문 삼각형 굴렁쇠 등을 뚜렷한 검정 색 윤곽으로 그려내 흑백 대비의 시(詩)적 공간을 구성한다. 화면 위의 크고 작은 삼각형들은 시간이 축적된 역사의 바다 위에서 떠도는 돛단배 같기도 하고, 인류의 잃어버린 유토피아 섬 같기도 하다. 또 화면에서 사다리 위로 피어나듯 그려져 있는 아지랑이는 인간이 닿을 수 없는 꿈과 이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또한 ‘기억 속의 목소리들’ 연작은 신문지 나뭇가지 등을 화면 위에 덧붙인 콜라주 작품들로 문학적 상상력을 유발하면서 기발한 이야깃거리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독일의 미술평론가 롤란드 비겐슈타인은 “그의 그림에는 섬세한 감성과 강력한 고집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동양적 무위세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이화익갤러리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갤러리현대 등에서 15년 동안 큐레이터로 일해 온 이화익씨(44)가 최근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개관한 갤러리다. 이번 전시가 개관 기념전이다. 02-730-7818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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