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하이닉스 신규지원 무산 …3조 출자전환-대출만기 연장

  • 입력 2001년 9월 14일 18시 33분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채권은행의 신규 자금 5000억원 지원이 사실상 무산됐다. 다만 3조원 출자전환과 기존 대출금의 만기연장은 성사됐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는 신규 자금지원 없이 유상증자(5000억원)와 자구노력만으로 시설투자 및 유동성부족 자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경영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채권은행단은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하이닉스 경영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으나 핵심사안인 신규 자금 5000억원 지원은 미국 테러 사태의 추이와 이에 따른 반도체가격 영향을 지켜본 후 재검토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출자전환 3조원 △회사채 상환용 자금 3700억원 용도변경 △무신용장부 수출(D/A) 8억500만달러의 중장기 일반 대출 전환 △기존여신 만기연장 및 금리인하는 원안대로 확정했다.

김경림(金璟林) 외환은행장은 “현재 반도체가격 상황을 감안할 때 하이닉스가 신규 자금지원 없이 살아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미국의 향후 테러 대응의 강도와 추이를 지켜본 후 하이닉스의 회생 가능성 및 자금 필요분을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규 자금지원이 무산된 것은 국민 주택 신한 한미 하나 제일 등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들이 신규 자금지원을 거부했기 때문이어서 앞으로도 신규 자금지원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대의사를 표명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재정주간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SSB)의 영업전망이 너무 낙관적이고 반도체경기 회복시기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돼 신규 자금지원을 거부키로 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늦어도 내년말까지 하이닉스 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100% 적립해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은 당초 출자전환 및 신규 자금지원을 하나의 안건으로 묶어 표결에 부칠 방침이었으나 신규 자금지원에 반대하는 은행들이 늘어나자 이날 오후 갑자기 신규 지원안을 분리시켜 상정한 뒤 보류시켰다. 지원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총채권액 기준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25% 이상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외환은행 이연수 부행장은 “반대하는 시중은행의 신규 지원 부담분을 외환 조흥 한빛은행 등이 대신 떠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두영·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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