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패닉 증시…개장 2분만에 서킷브레이커

  • 입력 2001년 9월 12일 18시 40분


테러 공격은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증시도 한마디로 ‘테러’를 당했다고 해도 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미국 테러사태의 후폭풍은 우리 증시의 기존 기록을 모두 갈아치워 버리며 하루 사이 28조원의 시가총액을 날려버렸다.

12일 거래소지수는 사상 최고 하락률인 12.02% 떨어져 단번에 48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지수도 사상 최고 하락률인 11.59% 떨어지며 55선이 붕괴됐다. 거래소 하한가 및 하락종목은 98년 이후 최대이며 코스닥 하한가 및 하락종목은 사상 최대. 하한가가 아닌 종목을 찾는 것이 훨씬 빠를 정도로 폭락 장세를 기록했다.

이날 미국 테러의 영향으로 3시간 늦게 개장된 증시는 개장 전부터 초긴장 상태였다. 새롬기술의 경우 동시호가 때 팔자는 주문이 230만주가 나온 반면 사자는 주문은 2만주에 불과해 진작부터 이날 장세를 예고했다. 특히 개장 전부터 1654년 노스트라다무스의 ‘신의 도시에 번개가 있고, 두 형제는 무너지며 … 세번째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언이 이번 테러사건을 정확하게 예견한 것이 아니냐는 루머가 돌 정도로 투자심리는 위축되어 있던 상태.

낮 12시. 뚜껑을 연 결과는 예상보다 참혹했다. 거래소지수는 60포인트 이상 급락하는 바람에 거래소시장은 개장한 지 2분 만에 일시매매거래정지(서킷브레이커)가 걸려 20분간 거래가 중단됐으며 선물시장도 폭락세로 같은 시간에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증권 전문가들과 증권사 객장 영업직원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 할말이 없다”고 아연실색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각종 리포트와 증시 생방송 등을 통해 ‘뇌동매매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권고가 전혀 먹히지 않았던 하루였다.

거래정지가 풀린 후 외국인들이 선물에서 96년 이후 사상 최대규모인 1만2804계약을 주문하고 기관투자가들이 2500억원의 프로그램 매수주문을 내놓으며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잠깐. 오후 2시 이후 기관 체력이 떨어지고 외국인들의 선물매수도 주춤하면서 종합주가지수는 다시 480선이 붕괴되고 KOSPI200선물지수도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했다.

시장이 더욱 우려하는 것은 13일이 옵션과 선물의 만기가 동시에 겹친 더블위칭데이라는 점.

동양증권 전균 차장은 “이날 외국인이 단기매매 차원에서 사들인 선물과 기관들의 프로그램 매수물량이 내일 대거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다시 주가는 출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출렁이는 동안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은 향후 불투명한 전망으로 관망세가 뚜렷했다. 달러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졌으나 거래는 한산했으며 채권금리는 또다시 하락해 언제 다시 반등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거래가 이뤄졌다.한편 은행권에서는 미국 현지 은행과 신용장(LC)을 개설해야 하는데 이 절차가 지연되면서 수출입 관련 업무가 차질을 빚었다. 또 고객들은 외국환송금을 자제하는 상황이었고 뉴욕지점에서 입출금 확인이 안되는 고객들은 다른 지점을 통해 입금확인을 하느라 거래가 상당히 지연됐다.

역대 종합주가지수 하락률 상위

날짜

종가

하락폭

사 건

2001.9.12

475.60

-64.97

미국 주요도시 테러 사건

2000.4.17

707.72

-93.17

미국증시 폭락 최초로 서킷브레이커 발동

1998.6.12

302.09

-26.61

엔화가치 하락에 따른 아시아금융시장 불안감 확산

2000.9.18

577.56

-50.64

포드의 대우자동차 인수포기 발표

1999.7.23

904.96

-71.7

중국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대우그룹 단기유동성 위기

2000.9.22

553.25

-42.74

미국의 반도체주 폭락

1997.11.24

450.64

-34.79

정부의 실명제 보완책이 없다는 소식

<박현진·김두영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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