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구촌이 反테러에 나서야

  • 입력 2001년 9월 12일 18시 33분


상상을 초월한 테러만행에 온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아직도 정체가 확실히 파악되지 않고 있는 이번 테러 주동자들은 인간이 얼마나 야만적이고 잔인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미국이 하루빨리 대참사의 충격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길 기대하며 평화로운 아침 출근길에 느닷없이 희생당한 수만명의 시민들을 애도한다.

이번 테러는 그 수법이 지금까지의 테러 관행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무모하고 대담했다.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등 인류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무기들이 테러리스트들의 수중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는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이처럼 민간 여객기를 테러 ‘무기’로 악용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철저한 안보태세를 갖추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미국이 여객기가 비행금지구역으로 들어와도 어떻게 그렇게 방치했는지, 그리고 테러리스트들이 무슨 수로 항공 안전망을 뚫고 들어갔는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전세계가 이번 테러리스트들의 만행을 생생히 목격한 것처럼 테러는 이제 특정 국가나 집단에 대한 범죄가 아니다. 어느 나라든 그 대상이 될 수 있는 반(反)인륜적 범죄다. 테러리스트들은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생긴 힘의 공간에 새로운 ‘악의 세력’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물론 이번 테러도 직접적인 동기는 ‘힘의 외교’를 내세우며 국제 무대에 등장한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대한 반감과 증오인 것 같다. 그러나 지구촌 전체에 충격을 주겠다는 테러리스트들의 치밀한 준비와 의도가 역력히 보인다.

한순간에 처참히 무너져 내리는 세계무역센터 건물을 보면서, 불타고 있는 국방부 건물을 보면서, 피를 흘리며 갈팡질팡하는 시민들을 보면서 진주만 공격보다 더한 상처를 입었다고 분노하는 미국 국민의 심정은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테러리스트들을 끝까지 추적해 보복하겠다는 미국의 결의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테러리스트들을 좀더 효과적으로 색출하고 응징하기 위해서는 냉철하게 지구촌 전체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테러리스트들은 이제 21세기 지구촌의 공동 적이다. 증오와 분노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테러의 배후 세력이 드러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폭력의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도 크다. 국제사회가 서로 긴밀히 협력해 주모자들을 색출해 내고 다시는 그런 테러리스트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함께 대처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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