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체육관마저 빼앗겼어요"

  • 입력 2001년 9월 11일 18시 39분


“누구를 원망해야 하나요?”

2001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준우승을 차지한 현대 하이페리온 농구단이 길거리로 나앉게 됐다.

실업 시절부터 현대 선수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서울 청운동 현대체육관의 소유자인 현대산업개발측이 올 초 신세계와 매매계약을 체결하며 14일 체육관을 비워주기로 했기 때문. 현대 선수들로선 챔피언결정전에서 패한데 이어 체육관마저도 빼앗기는(?) 이중의 악연을 당하게 된 셈이다.

현대 선수들은 올 여름리그를 끝으로 체육관을 비워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모기업 현대건설의 내부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여서 자신들을 더 이상 도와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은 그래서 이번 대회 우승에 전부를 걸었다. 우승만이 팀을 존속시킬 수 있는 보증수표라고 믿었기 때문. 농구단에 큰 애정을 갖고 있던 김윤규 전 구단주(현 현대아산 사장)도 팀이 우승할 경우 선수들과 함께 우승컵을 안고 그룹 내 모 계열사를 찾아가 팀을 맡아 달라고 간청할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팀의 패배로 이런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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