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박인출/民官 손잡고 보건산업 키우자

  • 입력 2001년 9월 7일 18시 35분


보건의료 관련 산업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영원한 유망산업이다. 인간의 수명이 크게 늘어나면서 보건의료 관련 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보건산업을 정보통신, 신소재, 메카트로닉스와 더불어 21세기 4개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미국의 의학 및 생명과학 분야 연구개발비는 1994년 329억달러였으며 정부의 연구개발 전체 예산에서 의료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은 15%에 이른다. 기초연구만 보면 의료 분야의 비율이 전체의 49%를 차지할 정도로 보건의료에 막대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1997년 미국 벤처자본의 22%가 보건산업 분야에 할당되었으며 매년 22%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보건의료산업이 제약산업 및 일부 의공(醫工) 분야 정도로 인식된 탓에 비교적 오래 전부터 산업화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수준이나 경쟁력이 선진국 기업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막강한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춘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진출하면서 국내 제약업계가 크게 위축돼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보건산업 분야에서 수많은 벤처기업이 창업돼 현재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주 반가운 현상이다. 열정과 도전정신, 그리고 창의성으로 무장한 벤처기업들의 연구 및 사업활동이 침체된 국내 보건산업 분야를 도약시키는 활력을 만들어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설립된 보건산업벤처협회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생명공학, 정보통신, 의공학, 정보서비스 분야 등 보건의료산업에 관련된 벤처기업들이 협회를 설립해 협력하고 제휴함으로써 같은 분야 기업들 사이에 시너지 효과는 물론 다른 분야의 기업들끼리도 한 차원 높은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내한한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박사가 앞으로는 정보기술(IT)과 바이오기술(BT)의 결합에서 새로운 경쟁력이 생기고 이것이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듯이 분야간 제휴나 접목을 통한 부가가치 향상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보건산업벤처협회는 보건복지부 산하 법인으로 등록해 밀접한 민관 협력관계를 갖게 될 것이다. 이는 관련 벤처기업들의 연구 및 사업활동을 촉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보건의료산업 분야는 보건복지부가 대부분의 감독 및 인허가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이 훌륭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술력으로 제품을 만들어도 관련 법규나 규정이 미처 따라가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 분야의 방대한 정보와 세계적 추세를 완벽하게 파악해 법규와 규정을 미리 보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민간기업이 축적한 정보와 세계적 조류를 사전에 정부에 충분히 제공하는 등 밀접한 민관협력을 통해 경쟁력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전 세계를 상대로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시대에 미래산업인 보건의료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산업계와 정부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관련 벤처기업들이 열심히 뛰고 정부가 적극 지원한다면 국내 보건의료산업도 세계 정상급의 경쟁력을 갖추게 될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

박인출(메디소프트 대표이사·보건산업벤처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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