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안양 박정환 '빛나는 숨은 진주'

  • 입력 2001년 9월 6일 18시 39분


“제가 박정환이에요”
“제가 박정환이에요”
‘끝이 좋아야 모든 게 좋다’는 말이 있다.

프로축구 안양 LG와 부천 SK를 두고 나온 말 같다. 올 정규리그인 2001포스코 K리그 초반 죽을 쑤던 두 팀이 나란히 무패 행진을 달리며 대망을 꿈꾸고 있다.

양 팀이 이처럼 늦바람을 타고 있는 것은 기존 주전 선수들이 컨디션을 회복한 측면도 있지만 영파워들의 알토란 같은 플레이를 빼놓을 수 없다. 안양의 박정환(24) 박용호(20), 부천의 남기일(27)이 바로 그 주인공들.

박정환은 지난달 29일 울산전 2골1도움, 5일 부천전 선취골 등 최근 물오른 득점력을 선보이며 팀의 1위 등극을 이끌었다. 박정환의 상승세에 가장 기뻐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조광래 안양 감독.

조감독은 안양 사령탑으로 오른 98년 말 인천대를 나란히 졸업한 전우근과 박정환을 저울질하다 ‘가능성’을 보고 박정환을 선택했다. 그러나 소심한 박정환은 좀처럼 프로 무대에 적응하지 못했고 99년 한해 단 한번도 1군에 합류하지 못했고 이후로도 빛을 보지 못했다.

박정환은 지난해 입대를 고려하기까지 했으나 최용수의 일본행으로 팀 전력에 공백이 생기자 다시 올 시즌을 맞았다. 그리고 마침내 조 감독의 오랜 기다림에 화답하기 시작했다. 한 번 골을 넣기 시작하자 새삼 근성과 투지가 살아나고 있는 것.

팀 동료 최태욱, 이천수(고려대)와 함께 부평고 트리오로 불리던 박용호 역시 탄탄한 기존 수비 라인에 합류하지 못하고 입단 첫해인 지난해 방황을 거듭했다. 패스와 경기를 읽는 감각이 홍명보를 닮아 ‘리틀 홍명보’로 불릴 정도로 주목을 받았으나 경험이 부족한 데다 스피드가 떨어지는 게 흠이었다.

박용호는 그러나 최근 수비형 미드필더로 보직을 바꿔 교체투입되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안양의 공격력에 바짝 물이 오른 데는 박용호의 칼날 같은 패스가 큰 몫을 했다는 평가.

5골로 득점랭킹 공동 5위로 부상한 남기일은 부천 부활의 주인공이다. 97년 입단해 지난해까지 통산 3득점에 그쳤던 남기일은 이번 리그에서 스스로도 놀랄 정도의 득점력을 뽐내고 있다. 남기일은 올 초까지 허리 발목 등 몸 구석구석을 돌아가며 부상해 ‘걸어다니는 병동’으로 불렸다. 올림픽팀에도 들락거렸지만 좀처럼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 최근 몸이 나아지면서 경희대 시절 대학 무대를 주름잡던 옛 기량을 되찾기 시작한 것. 뒤늦게 발동이 걸린 만큼 그간의 부진을 한꺼번에 털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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