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밤마다 주차전쟁…화단에도 車車車

  • 입력 2001년 9월 3일 21시 37분


2일 오후 대전 서구 만년동 청명길 원룸주택가.곳곳에 수십채의 원룸주택이 들어서 있으며 공사중인 주택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골목길에는 차를 세워 둘 곳이 없어 공터는 물론 화단까지 승용차가 점령해 있었다. 원룸주택의 경우 2가구당 1대꼴의 주차장을 갖춰야 하나 제대로 갖춘 곳이 없기 때문.

D주택은 모두 16가구가 입주해있으나 주차면수는 3대뿐에 불과하고 나머지 차량은 골목길을 점유하고 있어 소방도로마저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다.

M하우스는 주차장 4대분을 마련해놨으나 소형차도 주차할 수 없을 만큼 비좁아 허가받기 위한 형식적인 조치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 원룸주택은 차를 세울 수 없는 곳에 페인트를 칠해 주차장으로 위장해 놓았다.

서구 갈마동 둔원길 원룸주택가 역시 마찬가지로 골목길마다 자신들의 주차장이라며 하얀색 페인트를 칠해 놓았다.

만년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임모씨(45·여)는 “대부분 주택들이 누다락에 방을 만들거나 불법개조해 가구수를 늘렸는데도 어떻게 허가가 났는지 모르겠다”며 “매일 밤 주차때문에 이웃간 싸움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렇듯 대전지역 원룸주택가가 마치 불법건축의 전시장을 연상케하고 있다.

최근들어 건축붐이 일면서 건축주들이 임대료 수입을 늘리고 건축비를 줄이기 위해 변칙 주차장설치,불법 구조변경 등 각종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

대전시는 최근 두달동안 건축중인 524가구의 원룸주택을 대상으로 점검을 벌여 27.9%인 146가구에서 불법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으나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다.

시 관계자는 “저금리 영향으로 자금이 부동산시장에 몰리면서 올 상반기 다가구 주택 허가건수(1510건)가 지난해(705건)보다 두 배 이상 늘면서 불법행위도 크게 늘었다”며 “주차장 요건을 강화하고 단속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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