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세계/카피라이터]"한마디 말로 사람을 움직인다"

  • 입력 2001년 8월 21일 18시 38분


“카피라이터요? 생각할 줄 알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요?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씨앗’입니다. 그걸 잘 키워야 열매가 많이 열리죠.”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의 카피라이터 최인아 상무(41). 그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들 때 기자는 방송작가 김수현을 떠올렸다. 짧고 군더더기가 없으면서도 비유적이고, 또 그러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화법. 그는 ‘드라마 대사를 일상생활에서 쓰고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말대로 생각을 많이 하고 20년 가까이 말과 글을 갈고 닦아온 탓이리라.

최상무는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가대표급’ 카피라이터. 84년 제일기획에 입사한 뒤 17년동안 삼성전자, 풀무원, SK그룹, 동서식품 등 수많은 기업의 광고 켐페인을 담당했다. 98년 칸 국제광고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됐으며 지난해에는 삼성그룹 최초의 공채 출신 여성임원으로 승진, 화제가 됐다.

‘알아요? 여왕은 부드러운 커피만 드시는거?(동서식품 맥심)’,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베스띠벨리)’, ‘빨간모자 아가씨(SK 엔크린 보너스카드)’ 등 유명 카피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보통 사람들은 카피라이터 하면 감각적이라거나, 튀는 아이디어 같은 걸 먼저 떠올리죠. 하지만 그런 카피가 나오기 전엔 보이지 않는 장기간의 플래닝(Planning) 과정을 반드시 거칩니다. 쉽게 얘기하면 튀는 카피도 경험과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다는 거죠.”

최상무 역시 튀는 것이 효율(광고효과)이 높다는 점에 공감한다. “비슷하면 다른 것에 묻혀버립니다. 일단은 눈길을 많이 끄는 것이 광고의 본연에 충실한 거죠.” ‘자본주의의 꽃’인 광고의 중심에 ‘돈’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

그러나 튀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 점을 덧붙인다. “많이 봤음직 하지만 심금을 울리고 감동을 주는 게 있잖아요? 일상을 옮겨놓은 듯한 리얼함이 오히려 효과가 더 클 때야 많습니다. 휴대전화 광고 중에 수화하는 여고생이 나오는 것이 있었지요? 나도 한번쯤 일기장에 적었음직한 내용이 광고에 나오면 더 반갑지 않을까요?”

좋은 카피를 만드는 공식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 다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공감이 가거나, 이미지가 오래 가는 것이 좋은 카피라고 생각한다. 요즘엔 단발성 효과보다는 제품의 브랜드를 키워주려고 노력한다. 브랜드는 광고보다 오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카피라이터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최상무는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한다. “카피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일’입니다. 끼도 필요하지만 방대한 인문적 지식이 바탕이 돼야죠.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라도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것은 없습니다.”매일 TV나 신문광고를 보면서 ‘왜 저런걸 했을까’를 생각하고 같은 업종을 광고를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는 특히 광고의 의도를 뒤집어 볼 것을 주문한다.

“저는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 특별히 하는 비결 같은 것이 없어요. 다른 분들은 산에 오르거나 여행을 가던가 하던데…. 시간없을 땐 무조건 끙끙거리면 일이 되더라구요. 하던 일을 다 잊어버리고 다른 책을 볼 때도 있긴 하죠.” 기자가 칭찬한 ‘앳된 목소리’로 설명한 최상무의 ‘아이디어 도출법’이다.

카피라이터가 되려면
자 질기본적으로 문장력이 있어야. 논리력과 감성이 동시에 필요하므로 다방면으로 폭넓은 경험과 지식이 있어야 함.
보 수

대기업 수준과 비슷. 대졸 초임 1800만∼2000만원

자 격 증

특별한 자격증 없음

교육기관

대학의 신문방송학과, 언론홍보학과, 광고홍보학과에 관련 교과과정이 있음. 광고연구원 등 사설교육기관에서도 강의를 개설.

유리한 전공

문장력만 있다면 전공 불문. 현재 활동중인 카피라이터 중에는 이공계 충신도 많음.

채 용

대부분 광고대행사의 공채를 통해 일을 시작함. 광고회사 내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 업무를 옮기는 경우도.

대학생 광고공모전에서 입상하면 공채 때 가산점을 줌. 제일기획의 경우 신춘문예 입상자 대상으로 특채도.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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