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ML통신]기대되는 김병현의 PS활약

  • 입력 2001년 8월 20일 18시 37분


19일 김병현은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중 한 명인 새미 소사를 또다시 삼진으로 잡으며 12세이브를 올렸다. 약관 22세로 1m76의 단신(본인은 1m80이라고 주장하지만)인 그가 연일 강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며 팀을 선두로 이끄는 장면은 이제 미국 팬에게도 흥미 만점의 볼거리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내성적이며 수줍음까지 잘 타는 스타일의 그가 그 날 느닷없이 투스트라이크를 잡은 후 열살 위의 포수 밀러를 불러 뭔가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는 전혀 포수를 부를 상황이 아니어서 왜 저러나 하고 궁금했는데 경기 후 김병현은 “소사에게 처음으로 선보이는 변화구를 던지려고 했지만 밀러가 말려 던지지 않았다”고 했다.

정글의 법칙이 존재하는 메이저리그에서 꼬마병정격인 김병현이 보여준 자신감과 두둑한 배짱은 왜 그가 지금 성공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 단면이었다. 김병현은 소사를 올해만 여섯 번 만나 무려 다섯 번이나 삼진으로 잡고 있는 것을 보면 소사를 요리하는 방법을 터득한 가운데 즐기면서 던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마무리투수로 확고히 자리를 굳힌 김병현은 힘들고 외로운 길을 가야 한다. 매일 대기해야 하는 역할이 그렇고 피닉스시가 주는 무미건조함이 젊은 그에겐 또 하나의 장애요인 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그는 로스앤젤레스로 원정만 오면 물 만난 고기처럼 맛있는 것 잘 찾아먹고 친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신나는 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국내 팬에게는 박찬호의 선발경기가 더 큰 관심거리이지만 한국인 최초의 포스트시즌 등판 가능성은 김병현에게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올 가을 ‘한국산 핵잠수함’의 위력에 미국 전역이 깜짝 놀랄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허구연/야구해설가 koufax@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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