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양정자/매춘 천국을 만들 작정입니까

  • 입력 2001년 8월 20일 18시 28분


7월13일 미국 국무부는 세계 82개국을 대상으로 인신매매 실태 및 동향을 조사한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한국을 최하위 등급인 3등급 국가로 판정했다. 한국 또는 다른 나라 출신의 젊은 여성들이 한국을 경유해 서방국가 및 일본으로 팔려나가고 있는데도 한국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 보고서가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내용 수정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스웨덴은 1996년 ‘여성 매매에 대한 유럽회의’에서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의 사창가로 팔려나가는 라틴아메리카 여성의 경유지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스웨덴 정부는 1999년 모든 형태의 성매매를 처벌하도록 법을 강화했다. 그러나 ‘성을 파는 사람은 착취당하는 약자’라는 이유로 매춘여성은 처벌하지 않고, 성매매 중개자와 성매매 피해여성의 착취 동거인을 중범죄로 구분하면서 성을 사는 남자만 처벌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매춘여성에게 경제적 보조와 주택 지원, 직업 알선, 의료지원과 상담, 포주로부터의 보호 등 종합적인 지원을 해주는 ‘말모프로젝트’를 운영해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반면 국내에서는 매매춘을 단속해야 할 경찰까지 합세해 공창제도를 법제화하자고 주장하는가 하면, 서울지법은 가출한 15세 소녀에게 편의를 제공하며 성관계를 가진 성인남자에게 “차비 등으로 제공한 돈은 성에 대한 대가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전지법은 스포츠마사지업소를 차려놓고 윤락을 알선한 업주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범죄조직과의 연계나 미성년자 접근 등 부정적 요인을 제거한다면 성의 매매는 사회적 필요악으로 긍정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면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기각했다. 전주지법은 나이를 속인 미성년자를 고용해 매춘을 알선한 가요주점 주인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매춘여성이 2500명 정도라는 스웨덴에서는 정부가 매춘여성들의 탈매춘을 돕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펴고 있는데, 120만명 이상의 매춘여성이 있는 한국에서는 공창제도를 도입하자거나, 성매매는 필요악이라는 판사의 판단이 나오고 있으니 어떻게 미 국무부의 보고서가 틀렸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러다가는 ‘매춘 천국’이라는 오명을 듣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청소년보호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올 2월까지 10대 소녀와 돈을 주고 성매매를 한 남자는 300명으로 그 중 170명이 8월 말 공개될 예정이다. 오랫동안 상담활동을 해온 경험에 따르면 이들 중 대다수는 유부남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이혼율과 청소년 문제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성매매를 줄여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가정의 파탄을 막고 청소년들을 건전한 환경에서 자라게 하려면 술접대 문화가 없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공직자들의 술집 안가기 운동을 전개하고 여자가 서비스하는 술집에 출입하는 공직자를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스웨덴처럼 성매매 처벌 및 방지법을 제정해 국가가 매춘여성의 사회 복귀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하루 속히 마련해야 인권을 존중하는 문명국가로 평가받을 것이다.

양정자(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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