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우債매입 손실 投信서 배상해야”

  • 입력 2001년 8월 20일 18시 16분


대우 채권을 특정 펀드에 10% 이상 편입시킨 투신사에 투자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금융감독원의 결정(본보 20일자 A1면 보도)이 나온 데 이어 법원도 같은 취지의 배상판결을 내렸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1부(최철·崔喆 부장판사)는 16일 전기공사공제조합이 “투신사의 대우채 매입과 그후 대우채 환매연기 조치로 손해를 봤다”며 H투자신탁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H투자신탁은 조합측에 1억1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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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채 손해배상 판결 파장

재판부는 “당시 금융감독원의 대우채 환매조치 연기는 적법하다”며 “그러나 H투자신탁이 당시 대우의 자금사정이 극히 악화된 상태임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대우채를 사들여 다른 펀드에 편입시킨 것은 펀드 가입 고객에 대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판결은 투신사가 부실기업을 지원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일반 투자자에게 떠넘겨온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 금융권에 부실기업 지원을 사실상 지시해온 금융당국의 책임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H투자신탁은 금융당국의 지시나 채권단의 결의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대우그룹에 자금을 지원하게 된 만큼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당사자들간의 내부문제일 뿐 투자자에 대한 책임을 면할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약관상 ‘금융당국의 명령 지시가 있을 경우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돼있으나 이 사건의 경우에는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명령이나 지시가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특정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부도의 위험이 큰 채권을 새로 사들여 이를 투자자의 희생하에 펀드에 편입시킨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전기공사공제조합은 99년 5월 H투자신탁에서 30억원어치의 수익증권을 샀으나 H투자신탁측이 수조원대의 대우채를 새로 사들여 펀드에 편입했고, 그후 대우 위기가 심화되면서 금융감독위원회가 대우채 환매를 연기하자 소송을 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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