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권효/총 빼앗긴 초병

  • 입력 2001년 8월 13일 18시 30분


12일 오전 4시 경북 울진군 죽변면 공군 비상활주로 군사보호구역 안에서 초병이 소총 1정과 공포탄 10발을 빼앗겼다. 소총과 공포탄은 곧 주변에서 발견됐고 범인 3명도 검거됐다. 그렇다고 ‘상황 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날 주모씨(25·울진군 죽변면) 등 3명은 활주로에 승합차와 승용차 2대를 주차하려다 혼자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김모 일병(21)의 제지를 받았다. 말다툼이 벌어지자 김 일병은 초소 안으로 피했다. 주씨 등 3명은 김 일병을 뒤따라가 일방적으로 때리고 소총과 공포탄을 빼앗았다. 김 일병은 얼굴 등에 전치 2주의 상처를 입고 총을 빼앗긴 뒤에야 부대에 연락을 했다.

범인들은 총과 공포탄을 초소 옆 숲에 버렸기 때문에 다행히 곧 회수되기는 했다. 공군측은 신속하게 현장으로 출동해 총을 회수했다 고 말했다. 실은 공군측이 울진경찰서 5분 대기조와 합동 수색을 벌인 결과였다. 한 경찰관은 총을 직접 찾은 건 우린데… 라며 공군측에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공군은 또 “군사보호구역이라는 푯말이 여러 곳에 있는데도 민간인이 주차하려 했다”며 범인들의 탓으로만 돌리려는 듯한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사건 이후에도 강릉 공군전투비행단 죽변 비상활주로 파견대 상황실에는 사병 1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현장에 출동했던 울진경찰서 관계자는 “파견대 인원이 적다지만 혼자 경계근무를 선다는 건 너무 안일한 게 아니냐”며 “총기를 빼앗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8일에도 경북 영천시 북안면 육군 탄약창 초소에 괴한이 침입해 초병을 폭행하고 소총 1정과 공포탄 15발을 빼앗아 달아난 사건이 있었다. 아직까지 수사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초병이 ‘생명과도 같은’ 총기를 쉽게 빼앗기는 것도 문제이고 그 후 군 당국의 안이한 대처와 수사 또한 답답한 노릇이다. 군기(軍紀)의 구멍은 어디서부터 뚫린 것일까.

이권효<지방취재팀>sapi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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