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졸부들 텃세는 질이 틀리다

  • 입력 2001년 8월 13일 10시 43분


"어느 나라나 그들만의 텃세는 있기 마련, 하지만 졸부들의 텃세는 질이 틀리다는데…"

지난 8일 아시안클럽 축구 결승전을 치르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은 수원 삼성의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보통 원정팀이 자국에 도착하게 되면 관례상 입국을 돕는 것이 당연함에도 이날 공항에 마중 나온 직원은 단 한 명뿐이었다. 게다가 나온 직원조차도 도착 확인만 하려 했던 것인지 얼굴만 보고 있다가 그냥 돌아간 것.

하지만 그들의 텃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공항에서의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향하던 수원은 다시 한 번 고개를 가로 저을 수 밖에 없었다. 숙소가 약속했던 특급 호텔이 아닌 장급 여관 정도였던 것이다.

상대팀인 알샤바브측에 수 차례 불만을 토로했지만 사정상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 그들의 대답.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러 경기를 치른 경험이 있는 수원으로써는 이런 황당한 경우는 처음.

그럭저럭 하룻밤을 넘긴 수원은 9일 적응 훈련을 실시하기 위해 숙소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인 알 이타하드 스타디움을 찾았다.

전날의 여독을 풀고 상쾌한 마음으로 연습을 시작하기위해 경기장에 들어선 선수들은 또 다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경기장 관리인이 사용 시간이 지났다며 조명도 키지 않은 채 선수들을 내쫓으려 한 것.

경기장 사용권에 대한 서류까지 보여주었지만 그 억지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수원 선수들은 잔디 상태도 좋지 않은 보조 경기장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공항에서의 일이나 숙소 선정 등까지는 이해를 한다고 해도 선수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기장 사용 문제에까지 텃세를 부린다는 것은 상식 이하의 일.

사우디가 엄격한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배타성이 강한 면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졸부의 치졸한 행태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 사실.

정의는 항상 승리한다고 했던가!

결국 아시안클럽선수권 우승은 한국의 수원 삼성이 차지했다.

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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