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일곱난쟁이와 백설공주' 출연 러시아 배우 8명

  • 입력 2001년 8월 10일 19시 04분


“자장면이랑 곱창, 삼겹살이 제일 맛있어요. 얇은 나무꼬챙이에 끼워서 파는 ‘닭 꼬치’도 일품이죠.”

26일까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서커스 뮤지컬 ‘일곱난쟁이와 백설공주’에 출연하고 있는 ‘일곱난쟁이’역 러시아 배우들.

발랄한 몸짓과 깜찍한 목소리, 130㎝ 정도의 아담한 체구 때문에 진짜 어린이라고 착각하기 마련이지만 사실은 눈가에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40대의 ‘아줌마’ ‘아저씨’들이었다.

7명 가운데 부부가 세 쌍이라는 이들은 짬나는 대로 한국음식, 쇼핑, 관광 등을 즐기며 ‘서울 살이’를 만끽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심취해 있는 것은 쇼핑. 숙소와 가까운 동대문 의류상가와 구의동 전자상가에는 ‘단골집’까지 생겼다.

“한 상점에 갔더니 주인이 우리공연을 봤다면서 무척 반가워하시더라고요. 물건값도 많이 깎아주어 고마웠죠.”

아담한 체구의 일곱 명의 외국인들이 한꺼번에 몰려다니다 보니 ‘귀엽다’ ‘신기하다’면서 과도하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

신경이 쓰일 법도 하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에 대한 인상은 다행히 ‘친절함’이었다.

이들과 함께 무대를 누비는 또 한 명의 러시아인 알비나 자나바에바(22). 한국인 여배우와 함께 백설공주역에 더블 캐스팅된 자나바에바씨는 모든 대사를 한국어로 하고 있다.

“4월 현지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된 직후 1 대 1로 한국어 지도를 받았지만 처음에는 정말 엉망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길거리의 간판을 척척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향상됐다.

“첫 회 공연에서 독이 든 사과를 건네 받는 장면을 연기하고 있는데 ‘꼬마 관객’들이 “먹으면 안돼요!”라고 소리를 치더라고요. 이런 ‘교감’ 때문인지 타향생활이 낯설지만은 않네요.”

공연 직후 가진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순식간에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이들은 또 다른 서울체험에 설레는 듯 싱글벙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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