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종범 '펄펄'…홍현우 '비틀'

  • 입력 2001년 8월 10일 18시 37분


언젠가 선동렬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이 기자에게 물었다.

“제가요, 만약 국내에서 계속 야구를 해 자유계약선수(FA)가 됐다면 얼마쯤 받았을까요?”

흥미로운 질문. 과연 얼마일까. 연평균 10억원쯤은 될까.

그러나 정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선 위원이 국내에 남아 있었으면 FA제도는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게 기자의 대답.

그렇다면 3년반 만에 국내무대에 복귀한 ‘야구천재’ 이종범(기아)이 FA가 된다면 몸값은 어떻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간단하다. 93년 해태에서 데뷔한 이종범은 97년까지 5년간 국내에서 활약했기 때문에 현 제도하에서 FA가 되려면 내년부터 시작해 최소 5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그야말로 먼 훗날의 얘기다. 2007년에 이종범의 나이는 37세.

때문에 이종범이 국내로 돌아오면서 가장 부러워한 선수가 올초 FA가 돼 4년간 18억원을 챙긴 LG 홍현우. 해태 시절 한솥밥을 먹은 두살 아래의 후배지만 홍현우는 고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프로에 뛰어들어 FA가 될 수 있었다. LG도 그의 현재 기량보다는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라는 점을 감안해 삼성 김기태와 같은 사상 최고액의 몸값을 지불했다.

이에 비해 이종범은 단일 연봉으로는 최고인 3억5000만원에 기아와 계약했지만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꼈던 게 사실. 그러나 막상 이종범이 복귀한 뒤 기아와 LG는 두 최고몸값 선수의 활약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면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기아는 이종범이 복귀 후 6경기 연속안타 행진과 함께 1번과 3번 타자를 오가며 맹활약을 펼친 덕분에 후반기 부진을 털고 특유의 파이팅이 되살아난 상태.

반면 꼴찌에서부터 기세좋게 치고 올라오던 LG는 2군에서 올라온 홍현우가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죽을 쑤면서 야금야금 승률을 까먹기 시작, 7위로 다시 떨어졌다.몸값이 높은 선수가 꼭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아니라는 게 스포츠계의 평범한 진리.

이종범과 홍현우의 대차대조표가 올시즌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궁금하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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