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송재호/제주다움 살려야 관광객 찾는다

  • 입력 2001년 8월 9일 18시 41분


한국관광의 대명사, 제주관광이 답답하고 안타깝다. 관광객수와 관광수입이 게걸음을 걷고, 관광시설 개발도 지지부진하다. 그러다 보니 주요 관광지는 1980년대 모습 그대로이다. 한물간 관광형태만 판치는 ‘죽어 있는’ 관광박물관을 만들어서 히트해 볼 요량이 아니라면 더 늦기 전에 관광의 구조를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맞게 리모델링해야 한다. 대량보다는 소규모, 단일보다는 다품종, 규모보다는 범위로 관광의 체격을 조정하고 관광객과 지역사회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는 방향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이제 제주는 품격 있는 고급 관광지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제주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제주인의 생명성을 관광에 접목할 때 얻을 수 있다. 제주다운 생태와 문화, 그리고 그 속에서 어우러지는 인간교류는 제주를 바라보는 ‘관광객의 시선’을 세계적으로 창출함에 있어 반드시 주목해야 할 내용이다. 일부의 주장처럼 생태와 문화는 관광으로부터 보호돼야 할 대상이 아니라 관광생산을 위한 기초적 원료로서 찾아 가꿔 드러내야 할 관광가치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자유치니 뭐니 하면서 대규모 시설개발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노력으로 지역의 생태와 문화를 잘 아는 주민이나 기업이 적은 돈으로도 관광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제주관광의 거품을 없애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다종다양한 관광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길이다. 관광에서 생기는 실질적인 혜택을 지역에 돌려줄 때 고질적인 관광 부조리도 줄어들고 관광객과 지역민들 사이의 진정한 교류도 보장된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관광객들이 조금씩 찾아오고 붐비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많아지는 그런 관광지로 탈바꿈해야 한다.

제주가 서울을 닮으려고 하고 홍콩과 싱가포르를 모방해서는 경쟁력이 생겨나지 않는다. 미래학자들의 지적처럼 관광은 분명 성장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산업이다. 하기에 따라서는 제주도가 참으로 ‘동양의 진주’로서 한국경제를 예인할 힘을 가질 수도 있다.

송재호<제주대 교수·관광개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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