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기아 최상덕 심심찮은 늦바람

  • 입력 2001년 8월 8일 18시 23분


팬들이 알아주는 선수와 감독들이 인정하는 선수가 있다.

기아 최상덕(30·사진)은 후자에 속하는 투수다. 투수 조련에 정평이 난 두산 김인식 감독도 “스피드는 빠른 편이 아니지만 볼끝이 좋고 제구력이 뛰어나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 중 한 명”이라고 높은 평가를 내린다.

인천고 홍익대 출신의 최상덕은 올해로 데뷔 8년차. 신인이던 94년 태평양시절 13승을 거둔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다가 지난해부터 뒤늦게 발동이 걸린 ‘늦깎이’다.

지난 시즌 30경기에 나가 12승9패에 평균자책 4.56으로 팀 내 선발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140㎞대의 묵직한 직구에다 포크볼과 슬라이더가 주무기. 게다가 야구와 가정밖에 모르는 성실함은 그의 가장 큰 장점.

지난해부터 일약 팀 내 에이스로 떠오른 최상덕은 올 시즌에도 기아의 믿음직한 대들보로 활약하고 있다. 시즌 8승(7패)으로 팀 최다승. 올해 개막전과 2일 인천구장에서 열린 기아의 첫 경기, 7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기아의 홈구장 첫 경기 선발이 모조리 그의 몫이었을 정도로 김성한 감독의 신임이 대단하다.

부담이 컸던 7일 홈구장 첫 경기에서 최상덕은 7이닝 동안 6안타 4실점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6회까진 단 1점으로 SK타선을 꽁꽁 묶어 일찌감치 기아의 승리를 예감케 했다.

이날 승리는 2일 SK전에서의 빚을 말끔히 갚아 더욱 뜻깊었다. 최상덕은 기아 유니폼을 입고 첫 선을 보인 2일 경기에서 SK 김원형과 맞붙어 2회까지 4점을 내주며 조기 강판 당하는 수모를 당했었다.

7일 경기를 승리로 이끈 뒤 최상덕은 “너무 분해 그 경기 이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데 그 빚을 조금이나마 갚은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광주〓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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