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살신성인 병사' 정상훈병장, 고교생 구하고 자신은 숨져

  • 입력 2001년 8월 3일 18시 17분


군 휴양소의 수상안전요원으로 근무하던 병사가 익사 위기의 고교생을 구하고 자신은 파도에 휩쓸려 숨졌다.

2일 오후 2시경 강원 양양군 손양면 오산해수욕장 인근 군부대 휴양소 앞 바다에서 동해충용부대 정상훈(鄭祥薰·23·사진) 병장은 익사할 뻔한 서울 모고교 1학년 윤모군(17)을 구하고 실종된 뒤 3일 새벽 시체로 발견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정 병장은 이날 고무튜브를 갖고 물놀이를 하던 윤군이 갑자기 덮친 파도에 휩쓸려 해변에서 30여m까지 밀려나가자 동료 최종헌 일병(22)과 함께 구조에 나섰다. 정 병장은 윤군을 해변으로 끌고 나와 최 일병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3, 4m의 높은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 사고 당시 최 일병은 몸에 로프를 감고 있어 화를 면했다.

제대를 불과 4개월여 남겨 두었던 정 병장은 부대 내에 동아리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는 등 군 생활에 솔선수범했으며 6월엔 모범사병으로 부대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군 동료들은 “정 병장은 어려운 가정생활을 내색하지 않고 귀찮고 어려운 일을 도맡으며 항상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며 정 병장의 사고를 안타까워했다.영결식은 3일 오전 부대장으로 치러졌으며 정 병장의 시신은 대전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또 부대는 정 병장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현장에 추모비를 세우기로 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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