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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23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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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입장에서 내년은 김 위원장 60회 생일(2·16),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90회 생일(4·15), 군 창건 70주년 기념일(4·25) 등이 소위 ‘꺾어지는 해’로서 국가적인 행사를 거창하게 치르는 시기다. 이런 행사는 ‘내부단합용’이라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이고 보면, 계획경제 체제인 북한에서 이를 위해 평소보다 많은 물자가 필요하리라는 것은 익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북한이 남측 기업에 행사용 물자 지원을 요청하는 행태는 ‘아랫돌을 빼내어 윗돌을 괴는 것’일 뿐이다. 과거 대북사업에 종사해온 기업인들은 북한의 물자 제공 요구를 일종의 ‘통과세’로 생각했다지만, 이런 일이 계속되다 보면 ‘북한은 사업하기 곤란한 나라’라는 부정적인 인식만 쌓여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돼서 결국 남측 기업이 북한을 회피하게 된다면 과연 어느 외국 기업이 그곳에 투자하겠다고 나설 것인가.
북한은 또 내년 김 위원장 생일 때 선보일 집단체조(매스게임)를 위해 벌써부터 학생 동원에 나섰는가 하면 인민군 창건 기념일에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이 자랑하는 집단체조도 외국인들의 눈에는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작년에 북한을 방문해 집단체조를 관람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이 내뱉은 감탄사 뒤에는 ‘북한 사회의 획일성에 대한 섬뜩함’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은 깨달아야 한다.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도 ‘군사강국’의 면모를 과시하려는 행태 또한 국제사회의 대북 불신만을 키울 뿐이다.
북한 당국은 이제부터라도 국제적 상식과 기준에 걸맞게 행동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아가 북한 주민을 상대로 ‘선전활동’에 골몰하기보다는 몇 개월째 정체돼 있는 남북대화 및 북-미대화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오늘부터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주어진 대화의 기회를 스스로 버리고, 얼마 전 열린 유엔인권위원회에서 북한 내 강제수용소의 존재 자체를 시종 부인하는 식의 행태를 계속하는 한 북한의 앞날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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