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보는 맛 읽는 재미 '세계 신화 이야기'

  • 입력 2001년 7월 20일 18시 30분


◇세계 신화 이야기세르기우스 골로빈 지음 이기숙 김이섭 옮김

304쪽 3만6000원 까치

최근 몇 년간 신화 관련 서적이 인기를 끌면서 신화는 출판업계에서 하나의 유행품목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서 수십, 수백가지 신의 이름과 사연들을 접하고 그것이 인류 역사의 스펙트럼 상에서 언제 어디에 존재했으며, 그 사회적 문화적 배경은 무엇인지를 헤아려볼 때쯤이면 독자들은 적잖이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이 책은 풍부한 사진 자료만으로도 독자들의 부담을 반감시키고 흥미를 배가시킨다. 곳곳에 시원하게 배치된 전면 사진이 독자의 시선을 끌기 때문. 사진이 글보다 더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어 사진 설명만 꼼꼼히 챙겨읽어도 세계 신화의 절반 이상을 공부한 셈이 된다.

이 책이 기존의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신화를 지역적 문화적 시대적 발생의 관점에서 서술하지 않고 동일한 주제별로 묶어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천상세계와 지하세계’를 다룬 부분에서는 민족마다 형상을 달리하는 천국과 지옥의 신화를 설명한다. 우리는 흔히 낙원은 하늘에, 지옥은 지하에 있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지만 잉카제국의 페루인은 선인(善人)은 죽은 뒤 자신의 고향인 땅 속으로 들어가 영원한 안식을 얻는 반면 악인(惡人)은 불길이 치솟는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었다는 것. 또한 불구덩이로 묘사되는 지옥을 선교사들이 에스키모인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겨 늘 지독한 추위에 시달리던 에스키모인들이 ‘따뜻한’ 지옥에 가기 위해 악행을 저지르려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세르기우스 골로빈이 서술하는 각론에 앞서 이 책 앞부분에 소개된 미르치아 엘리아데와 조지프 캠벨의 총론적 신화 분석은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각각 종교학과 신화학의 거목인 이들은 신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예리하게 분석했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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