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아르헨·터키에 빌려준 1억 달러 국내금융기관 회수 나서

  • 입력 2001년 7월 16일 19시 00분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와 터키에 국내 금융기관이 갖고 있는 순수한 채권이 1억490만달러(약 193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이들 국가의 금융 혼란이 당분간 계속되고 최악의 경우 인접 국가의 금융위기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보고 국내 은행들에 여신 조기 회수와 신규 여신 중단 등 대책 수립을 지시했다.

16일 금감원에 따르면 올 3월말 현재 국내 금융기관이 아르헨티나에 갖고 있는 채권은 8280만달러였으며 터키에는 2210만달러가 물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규모는 지난 외환위기 당시 국내 금융기관이 태국(18억5000만달러) 인도네시아(27억9000만달러) 러시아(14억2000만달러) 등에 갖고 있던 채권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수준. 그러나 중남미 경제 위기 여파가 전세계로 확산될 경우 방심할 수는 없는 규모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채권의 내용을 보면 아르헨티나의 대출금은 주로 교민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었고 유가증권은 아르헨티나 정부채가 대부분이었다. 터키의 경우에는 국내 은행이 빌려준 발전소 건설자금과 국내 수출품의 수입자금 지원을 위해 빌려준 대출금, 터키의 정부채가 주류를 이뤘다.

국내 은행들은 최근 이들 국가의 국채에 대한 신규 투자를 피하고 대출금도 만기 연장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채권 회수에 나서고 있다. 아르헨티나에 2200만달러의 채권을 갖고 있는 K은행은 이달 들어 아르헨티나 국채 900만달러 중 400만달러를 회수했다. 또 H은행은 3월말 현재 아르헨티나 국채 4900만달러 상당을 갖고 있었지만 11일 650만달러를 매각한 데 이어 나머지 채권도 미국계 브로커를 통해 매각을 추진중이다. 또 터키에 5400만달러의 발전소 건설자금을 빌려준 J은행의 경우 만기인 2003년 11월이 되면 이를 터키 정부의 보증 대출로 전환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외환보유액도 크게 늘었고 외환 위기에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커졌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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