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땀구멍까지 생생"디지털방송

  • 입력 2001년 7월 12일 18시 29분


오전 11시. 한바탕 출근전쟁을 치른 가정주부 김모씨(41·서울 관악구 신림동)는 TV 앞에 앉았다. 무심코 맞춘 채널이 9번임을 알고는 15번으로 바꾼다. 같은 KBS 방송이지만 15번채널은 고화질 디지털방송이 나온다. 방영 내용은 ‘서울속의 북한산’이라는 고화질(HD) 프로그램. 나뭇잎과 동물털의 질감이나 사람 얼굴의 땀구멍까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화질은 고급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진배없다.

HD급 디지털방송의 화질은 일반 아날로그 방송의 다섯배 정도 좋다. 주사선이 보이거나 화면이 뭉개지는 현상이 거의 없다. 화면비도 16대9 와이드방식이어서 영화관에 앉아있는 느낌. 5.1채널 디지털 음향도 지원해 실감나는 음향효과를 만끽할 수 있다.

본방송 실시를 앞두고 디지털방송 수신시스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직 TV와 셋톱박스 등 장비 가격이 비싸고 방송 콘텐츠도 부족한 문제가 있지만 지상파 디지털TV는 하반기중 수도권지역을 중심으로 본방송을 시작한다.

▽필요한 장비〓32인치 브라운관형 HD TV는 300만원대, 50인치급 프로젝션형은 500만원대로 아직 TV가격은 비싼 실정. PC용 모니터를 쓰면 저렴하게 HD방송을 볼 수 있다. ‘디지털 레디형 TV’의 경우 별도의 셋톱박스가 필요하다. 셋톱박스는 삼성전자 매크로영상기술 등이 판매중으로 가격은 80만∼130만원대. 매크로영상기술의 송기환기획이사는 “본방송이 시작돼 수요가 늘면 셋톱박스 가격도 50만원대 이하로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디지털방송 방식은 미국과 동일해 600달러 정도의 미국용 제품을 인터넷을 통해 구입해 쓸 수도 있다. 안테나는 1만∼2만원 정도. 일반 UHF방송용이나 디지털 전용 안테나를 사용하면 된다.

▽수신방법〓시험 방송 전파를 출력하는 관악산을 향해야한다. 수신방향에 장애물이 없을 경우 수원 천안 등에서도 수신할 수 있다. KBS는 채널 15번, MBC와 SBS는 각각 채널 14번과 16번에서 나온다. 지상파 주파수를 직접 잡을 수 없는 지역에서는 중계 유선 및 케이블TV 방송사(SO)의 재전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SO등이 수신한 디지털방송 신호를 유선 케이블로 받는 방식이다. 서울 중구를 비롯해 종로구 서초구 영등포구 등과 성남시 수원시 이천시 등이 해당된다. 재전송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에는 지상파 채널 대신 SO가 지정한 채널을 선택해야한다.

▽PC로 보기〓셋톱 박스와 TV 대신 PC를 이용할 수도 있다. PC용 디지털TV 수신 카드는 시그마컴을 비롯해 사람과셈틀 디지털스트림스 등의 국내 전문업체들이 내놓고 있다. 가격은 40만원대. 20만원대의 소프트웨어 방식 제품도 곧 등장할 예정이다.

시그마컴의 주광현 사장은 “PC로 디지털방송을 보면 설치비용도 저렴하고 HD TV방송 화면을 하드 디스크에 녹화·저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별도의 케이블로 모니터 출력 신호를 디지털 HDTV나 프로젝터로 보내면 대형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다.

▽무엇을 볼 수 있나〓3개 지상파 방송이 디지털 채널로 프로그램을 전송중이다. HD 프로그램은 보통 일반 방송이 끝난 오전 1시와 오전 11시에 30분씩 방송된다. 나머지 시간은 일반 아날로그 방송을 디지털로 바꿔 방송하는 것이 대부분. 이 경우에도 디지털 업컨버팅을 하기 때문에 아날로그 화면 보다 훨씬 선명하다. 정보통신부 차양신 방송위성과장은 “현재 HD 프로그램은 자체 제작한 다큐멘터리 중심으로 편성되고 있지만 본방송이 시작되면 영화 스포츠중계 드라마 등 볼거리가 더욱 풍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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