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윤옥/日, 역사 거꾸로 세우기 중단하라

  • 입력 2001년 7월 9일 18시 46분


7월9일 일본정부는 중학교 역사교과서 내용 중 2곳만 수정하겠다고 정식으로 통보해 왔다. 한국정부의 35개 수정요구 중에서 고대사 부분 2곳만 수정하고 근·현대사부분은 그대로 두겠다는 것이다. 우리측의 35개 수정요구 항목은 모두 한국의 역사를 폄하, 은폐, 왜곡한 기술들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그동안 일본교과서에 기술되어 있던 ‘위안부’ 문제를 삭제, 축소한 것이 주요 쟁점이었다.

한국정부의 재수정 요구에 대해 일본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은 내정간섭이라면서, ‘위안부’ 문제의 기술 여부는 필자의 자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대표적 집필자인 사카모토 다카오(坂本多加雄)는 위안부 역사를 화장실의 역사로 비유, 노골적으로 여성멸시의 망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어 일본여성들로부터도 반발을 사고 있다.

역사란 세계를 바라보는 공동이해의 틀이다. 특히 역사교육은 학생들을 보편적인 세계관 속에서 이해시키는 일이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를 바라보면 도대체 보편적 세계관과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상식은 무엇일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세계는 전쟁으로 얼룩진 20세기를 반성하고, 평화의 21세기를 염원하였다. 인류가 다시는 전쟁, 성폭력, 생체실험, 대량학살과 같은 잔인한 일을 저지르지 않기를 기원한 것이다. 나치의 잔인성을 경험했던 독일은 30여년간 독일-폴란드 대화위원회를 운영하며 양국의 역사교과서에 권고안을 제시해왔다. 조사에 의하면 약 90%가 이 권고안을 따르고 있다고 한다.

일본 역사교과서는 어떤가? 일본이 주장하는 역사교과서의 주체는 일본국민이 아니라 천황이며, 정치 지배계층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제도는 교과서의 역사관이 어떤지는 문제삼지 않는다. 1998년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에서 언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는 공동파트너인 한국정부의 수정요구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그동안 여러 형태로 한국의 시민단체들과 한국정부가 요구해온 성의 있는 답변을 완전히 무시한 셈이다. 결국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는 윤리적 책임을 포기하였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한국은 80여개 민간단체가 올해 3월부터 ‘일본교과서바로잡기운동본부’를 결성하여 일본과 아시아의 시민단체들과 연대해왔다. 7월9일 현재 일본교과서바로잡기운동본부는 보다 강력한 연대틀로 일본교과서 재수정 요구와 불채택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무관심하다 못해 냉담한 일본의 언론에 전면광고를 게재하여 일본 국민에게 직접 호소할 것이다. 또한 문제의 교과서를 지원하는 일본 기업 제품 불매운동도 활발히 전개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시아의 평화이다. 진정한 아시아의 평화를 이루고 일본정부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본은 왜곡된 교과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천황제, 여성차별, 식민주의 등 온갖 중첩된 모순을 담고 있는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기술해야만 일본이 자신의 몫을 다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윤옥(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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