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시 '불길한 소리'…대세상승 커녕 대세하락?

  • 입력 2001년 7월 9일 18시 36분


불과 2, 3개월 전만 해도 국내 증시의 대세 상승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꽤 있었다. 그러나 지난주 종합주가지수가 590대의 공방 끝에 하락으로 방향을 잡고 9일에는 560선에서 그야말로 턱걸이를 하자 증권가에서는 ‘대세 하락’의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이 조심스레 나오기 시작했다.

▽하락을 점치게 하는 요인들〓먼저 눈여겨볼 점은 지수의 움직임. 지난주 월∼목요일 4일간 지수는 590대에서 5포인트 이내로 움직이며 거의 멈춰 있다시피 했다. 거래량도 2억주 내외의 관망세를 지속.

이 때문에 지난주 중반부터 전문가들은 “시장이 지수 590을 일단 ‘균형점’으로 보는 것 같다. 상승이든 하락이든 여기서 방향을 잡는다면 그것은 결국 균형을 깨는 ‘추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그런데 금요일인 지난주 6일부터 지수가 하락으로 방향을 잡기 시작한 것.

지지선이 제 역할을 전혀 못하며 너무 빠른 속도로 무너지는 것도 문제. 지난달 20일 지수 600선이 붕괴된 이후 다음 지지선으로 기대됐던 580은 보름만인 6일, 2차 지지선으로 기대됐던 570은 거래일 기준으로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9일 붕괴됐다. 콜금리 인하나 국민연금 증시 투입 등 호재도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이렇듯 지지선의 급속한 붕괴는 하락장세에서 자주 나타나는 장면이다.

실물 경기, 특히 미국 정보통신(IT)업계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 점이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9일 주가 폭락은 외국인투자자가 벌인 1812억원 규모의 순매도 공세 탓이었다.

여기에다 반도체 경기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까지 겹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증시를 이끌어야 할 종목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9일 종가 18만원선이 무너졌고 하이닉스도 9일 장중 한때 2000원선이 무너졌다 간신히 복귀하는 등 최근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가능성〓‘대세 하락’ 주장은 아직 증권가에서 대세는 아니다. 지적된 악재는 이미 다 알려진 것이며 주가는 곧 반등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삼성증권 김도현 선임연구원은 “이번 하락이 올해 증시의 마지막 하락 국면으로 보이며 옵션 만기일(12일)이 지나면 다시 상승 국면으로 반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후 20∼30포인트의 추가 하락은 각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또 최후의 지지선인 540이 무너진다면 상당기간 추세적으로 지수가 하락세를 보일 수도 있다는 염려도 나오고 있다.

KGI증권 금중양 애널리스트는 9일 “미국 증시의 영향으로 결국 3개월 가량 하락 국면의 지속이 예상되며 연중 최저치인 490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단기 반등을 노린 매매라면 몰라도 중기 투자는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부국증권 신성운 부장도 “제한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큰 추세는 하락으로 기운 듯하다”며 “상승 추세로 돌아선 것을 확인한 뒤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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