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구리 5단은 이창호 꺾을 중국의 희망"

  • 입력 2001년 7월 8일 18시 47분


◇한중 신인왕전 우승등 올 눈부신 성적에 칭송 자자

“이창호 9단을 누를 중국의 희망은 구리(古力·18) 5단.”

최근 중국 바둑계에는 구리 5단을 칭송하는 소리가 드높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저 유력한 ‘小虎’(신예기사) 중의 한명이었던 구리 5단은 올해 눈부신 성적을 올리고 있다.

우선 구리 5단은 4일 끝난 제4기 비씨카드배 한중신인왕전에서 조한승 4단에게 흑 257수만에 반집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2승 1패로 우승했다. 비록 신예들의 결전이긴 하지만 한국기사와의 대결에서 번번이 패했던 중국 바둑계로선 흥분할 만한 일이다. 올해 이창호 유창혁 조훈현 3명을 상대로 중국 일류 기사들이 1승 8패로 참패를 거듭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는 대회전 인터뷰에서 “한국과 중국 신예 프로기사의 기량은 별 차이가 없다”며 “다만 한국 신예에 비해 세계 대회에 많이 나가지 않아 실력이 돋보이지 않았을 뿐”이라고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그는 또 중국의 지역별 바둑리그인 위기연새(圍碁聯賽)에서도 10승 1패를 거두며 소속팀인 충칭(重慶)팀을 리그 1위로 올려놓는데 큰 역할을 했다. 고향 충칭에서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하다.

현재 구리 5단은 다승 연승 승률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창하오(常昊) 9단, 저우허양(周鶴洋) 8단에 이어 기사 서열 3위에 올라 있다. 중국에서 기사 서열은 단(段)이 아니라 해당 년도의 성적에 따라 매번 바뀐다.

중국 언론은 그를 ‘파도를 가르며 전진하는 한척의 어뢰정과 같다’고 표현했다. 전투적이고 기민한 그의 기풍을 빗댄 것. 같은 충칭팀 소속인 목진석 5단은 “힘이 좋고 공격을 매우 잘한다”고 말했다.

그가 존경하는 기사는 마샤오춘(馬曉春) 9단. 유연하면서도 모양에 구애받지 않은 강인한 기풍을 배우고 싶다는 것. 그러나 그의 기세는 쇠퇴 일로에 있는 마 9단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83년생으로 이세돌 3단과 동갑. 두 동갑내기가 한중 바둑계를 호령할 날이 멀지 않았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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