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美 청소년 주식열풍

  • 입력 2001년 6월 28일 18시 42분


고교생 애니시보라(왼쪽)와 니라브 파텔은 당구를 치면서 주식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고교생 애니시보라(왼쪽)와 니라브
파텔은 당구를 치면서 주식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주식에 관심 많은 미국의 청소년들

뉴저지주의 존 P 스티븐스 고등학교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후가 되면 ‘주식 클럽’의 모임이 열린다. 이름 그대로 주식투자를 하기 위한 동아리인 이 클럽의 모임에는 보통 40∼50명의 학생들이 참석한다.

“안녕, 요즘 시장은 어때?”

“어떨 것 같아? 또 내려갔지 뭐.”

이 모임에 참석하는 학생들의 대화는 보통 이렇게 시작된다. 이들의 생각도 항상 주식과 경제변화에 집중되어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이 클럽의 간사인 애니시 보라는 원래 앨 고어 후보를 지지했으나 조지 W 부시 후보가 당선되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주식 분석가들의 말을 듣고 즉시 부시 후보 지지로 돌아설 정도였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나이가 들고 경제적인 주도권을 쥐게 되었을 때 비로소 주식에 관심을 갖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모든 미국인을 위한 스포츠 같은 것으로 변하면서 주식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연령도 고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다시 초등학생으로까지 내려갔다. 증권회사들은 청소년들의 주식거래 계좌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밝히고 있고, 어린 투자자들을 위한 온갖 종류의 웹사이트, 여름 캠프, 온라인 투자게임 등이 등장했다.

이처럼 주식에 열광하는 청소년들에게 있어 주식시장이 약속하는 돈은 공포영화나 여자친구보다 더 매력적인 존재이다. 이 때문에 ‘주식 클럽’의 지도교사인 찰스 배비치는 때로 학생들에게 돈을 너무 밝히지 말라고 가볍게 꾸지람을 하기도 한다.

기자는 주식 클럽의 모임이 끝난 뒤 애니시 보라와 그의 친구 니라브 파텔을 집까지 따라가서 지켜보았다. 두 아이는 파텔군의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각종 주식관련 사이트를 뒤지며 오로지 주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두 아이는 주식에 관심이 없는 친구들이 자기들을 괴짜로 생각하지만 자기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보라군은 초등학교 때 TV에서 적대적 인수합병이라는 말을 듣고 “그게 뭔지는 몰랐지만 회사를 파괴하는 것이라는 말에 근사하다고 생각했다”며 “다른 친구들은 농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나는 적대적 인수합병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보라군과 파텔군이 주식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아무래도 보라군의 말이 이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인 것 같았다. “요즘은 누구나 다 주식을 하잖아요.”

(http://www.nytimes.com/2001/06/21/nyregion/21KIDS.html)

<연국희기자>ykook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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