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le&Politics/국세청장 자민련 찾은 이유는]국세청장의 '로비'

  • 입력 2001년 6월 27일 18시 48분


안정남(安正男) 국세청장은 27일 자민련 김종호(金宗鎬) 총재대행을 찾아가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한나라당이 요구하고 있는 국회 국정조사에 자민련이 반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 대행은 안 청장과의 면담 후 기자들의 질문에 “정확히 적어두지는 않았으나 큰 신문사들은 고발이 불가피한 것으로 (안 청장의 브리핑 자료에) 적혀 있었던 것 같다. 큰 데는 다 들어가 있었던 것 같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이 큰 신문사 아닌가”라고 말했다.

안 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 자민련 당사를 전격 방문, 김 대행과 15분 정도 비공개로 면담했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지휘해 온 안 청장이 특정 정당의 당사를 방문한 것은 부임 이래 처음.

그는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개인적 일로 왔다. 다른 당엔 안간다. 언론사 세무조사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으나, 김 대행은 “세무조사 결과를 보고받았다”고 다른 얘기를 했다. 김 대행은 또 안 청장이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반대해 달라고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이완구(李完九) 원내총무와도 얘기했다”고 시인했다.

한편 자민련 원철희(元喆喜) 정책위의장은 이날 김 대행실에 들어서다가 안 청장이 “의장님께는 추후 보고드리겠다”며 사실상 나가달라고 요청하자 얼굴을 붉히면서 “정책위의장을 뭐로 보는 거야. 저런 ××완 앞으로 얘기 안해”라며 문을 박차고 나오기도 했다.

또 당 3역이 당무회의 도중 안 청장이 브리핑하는 자리에 참석하려고 자리를 뜨자 이원범(李元範) 당무위원은 “국세청장이 왔다고 총재대행은 얼굴도 안보이고, 당 3역은 줄줄이 올라가는 꼴이 뭐냐. 창피하다. 이게 정당이냐”고 고성을 질렀다. 소란이 계속되자 조부영(趙富英) 부총재는 서둘러 회의 종결을 선포했다.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언론압살 공작이 벌어지는 시점에 국세청장이 자민련만 방문한 것은 (세무조사에 관한) 자민련 일각의 비판적 시각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라며 “이런 해괴망측한 행동은 ‘도둑이 제발 저린 격’”이라고 비난했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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