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밀착취재]금호건설 이서형사장 "천천히…꾸준히"

  • 입력 2001년 6월 14일 18시 53분


아침 6시30분이면 어김없이 용인 집을 나서는 금호건설 이서형(李瑞炯·57)사장. 용인에서 광화문까지 1시간 출근길은 그에게 소중한 시간이다.

이사장은 회사까지 오면서 가족 직장 건강 사람을 생각한다. 이런 사색에서 우러나온 원칙 경영 이 그를 대형 건설업계 최장수 전문경영인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년씩이나 사장을 맡아 회사와 후배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 같습니다". '최장수' 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 그의 독특한 화법을 엿볼 수 있다.

그는 튀지 않는다. 다만 원칙에 충실하다. 원칙대로 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 이라는 게 지론. 이는 경영전반에 녹아들어 금호건설이 '천천히', 또 '꾸준히' 업계의 선두권에 진입하게 됐다.

이사장은 웬만해선 직원들을 간섭하지 않는다. "직원들은 나름대로 자기 분야의 전문가들입니다. 제가 배운 기술보다 요즘 기술이 더 나을 수도 있고요. 뒤에서 지켜보면서 직원들의 능력을 엮어내는 것이 최고경영자의 역할입니다."

그가 직원들의 뒤에서 조용히 하는 일은 '길게 멀리' 보는 것. 이사장은 95년 대표이사에 취임하고 곧바로 사업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자금이 묶이기 쉬운 주택사업과 비교적 이런 부담이 적은 공공공사의 비율을 7대3에서 3대7로 바꿨다. 덕분에 외환위기를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다.

이사장은 "아파트 문화가 안타깝다"고 자주 말한다. 숲과 나무를 볼 수 없는 곳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안쓰럽다. 이런 생각 때문에 어떻게든 아파트에 전원을 넣어보려고 애쓴다. 구리 토평지구에서 1층에 개별 현관과 정원을 두고 광주에서는 음양오행을 응용한 단지배치와 설계를 적용해보기도 했다.

환경산업에 대한 집착도 사람과 자연을 고민한 결과다. 금호건설은 취임 직후 3년간 국내외 기술진과 환경산업에 주력했다. 한국형 하수처리기술인 'KIDEA'라는 고도 하수처리기술을 개발해냈다. 이제 열매를 맺고 있다. 이 기술이 국내 중소 규모 하수처리장 건설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달 초 서울의 한 공사 현장을 방문한 이사장. 술자리에서 그가 먼저 '우리는'을 외친다. 직원들은 '하나다'라고 답한다. 금호건설의 공식 건배 구호가 '우리는 하나다'인 셈. 이사장이 정한 이 구호는 인사관리에서 잘 나타난다. 직원 감축이 한창이던 외환위기 때도 자연발생적인 퇴직자 외에는 회사를 떠난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가 요즘 가장 관심을 쏟는 것은 기술개발. 짐짓 평범하지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경영원칙이라고 믿는다. 환경 관련 기술의 중국 수출을 앞두고 이사장은 "공사만 따내는 것 보다 기술을 수출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라고 말했다. 아침 출근길에 그가 또 어떤 '미래'와 '기술'을 고민할까. 인터뷰를 마치면서 '너무 차분하고 부드러워 건설업계 CEO답지 않다 는 기자의 처음 생각은 이래서 뛰어난 건설업계 CEO가 됐구나'로 바뀌었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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