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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6월 14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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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직원은 고과철에 맞춰 성과물을 내놓기도 한다. S은행의 한 과장은 “동료 중엔 개발한 신상품이나 금융기법 등을 고과 때에 맞춰 내놓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외환은행의 오모 대리(37)는 “평상시에 잘 보였더라도 막상 평가기간 중에 눈에 띄지 않으면 결실을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은행의 이모 과장(44)은 “몇 년 전 동안(童顔)이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동료보다 늦어졌다”며 “그때 고과자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항의)하지 않은 게 후회스럽다”고 털어놨다.
좋은 고과를 위한 경쟁은 ‘자격증 따기 열풍’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외환은행이 올해의 경영목표를 ‘프로가 되자’로 삼는 등 은행이 전문성을 중시하고 있는 데다 행원 개인으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 국민은행은 직원 1인당 1개 이상의 자격증 갖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은행 정모 과장(38)도 이에 뒤질세라 4월부터 학원에 등록, 토요일과 일요일을 꼬박 투자하고 있다. 연내에 2개의 자격증을 따는 게 목표.
서울은행의 강모 차장(46)도 “지난해엔 연수를 많이 받은 사람들이 승진을 많이 했다”며 “시간이 없어 아쉬운 대로 통신연수부터 신청했다”고 말했다.
승진을 앞둔 행원들은 삼삼오오 휴게실에 모여 “이번에 누락되면 명퇴를 고려해야 한다”며 고민을 나누는 풍경도 자주 연출된다. 국민은행 최모 과장(37)은 “지난해에도 250여명을 명퇴시켰다”며 “직원들이 합병 이후 10%선의 명예퇴직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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