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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6월 14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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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계속된 침범 의도는?〓북한 상선 남포2호는 13일 밤 NLL을 침범한 뒤 “NLL 이북으로 북상하라”는 우리 해군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NLL을 따라 계속 동진했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 줄기차게 시도해온 ‘NLL 무력화’의 연장선에서 우리 군의 대응태세를 다시 한번 떠보기 위한 계산된 행동으로 군당국은 분석했다.
군 관계자는 “일단 우리 군의 강력한 대응 의지가 천명된 후 이를 시험해보기 위한 ‘2단계 작전’으로 보인다”며 “또 앞으로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를 어떤 기조에서 풀어나갈지도 타진해보려는 고도의 노림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북-미간, 남북간 대화재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상황에서 6·15 정상회담 1주년이라는 시기를 맞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나아가 북측은 앞으로 남북간에 NLL 문제가 제기될 경우 명분 축적을 위한 근거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미온적 대처 논란〓합동참모본부는 남포2호가 △우리 해군의 통신검색에 즉각 응답했고 △동쪽 방향으로 두 차례나 변침(항로 수정)했으며 △동해 NLL 끝지점(218마일)까지 갔다가 남하한 점 등을 들어 우리 군의 요구에 ‘순응’했다고 설명했다.
합참 관계자는 “교전규칙의 기본정신은 남북간 충돌과 긴장 조성을 방지하자는 것”이라며 “NLL 북쪽으로 올라갔으면 좋았겠지만 동쪽으로 변침해 나간 것도 우리측 요구에 따라 퇴거(退去)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군의 대응은 또다시 소극대응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동신(金東信)국방부장관은 7일 국회 국방위에서 “영해 침범이 또 있으면 장관직을 걸고 무력사용을 포함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군은 남포2호의 NLL 침범상태를 20시간 가까이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