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조인직기자가 본 평양 멋쟁이

  • 입력 2001년 6월 11일 18시 46분


《본보 조인직기자가 최근 분단 이후 최초로 북한에서 열린 남측패션쇼인 디자이너 이영희씨의 ‘민족옷전시회’를 취재하기 위해 2일부터 9일까지 평양에 다녀왔다. 조기자가 평양에서 생생하게 보고 듣고 느낀 ‘평양 메트로’ 주민들의 ‘거리 패션’을 두차례로 나누어 소개한다.》

8일 오후 평양시 대동강 구역에 있는 낙원백화점 일대. 서울로 따지면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격이라 ‘평양 멋쟁이’들의 발길이 몰린다. 남북한의 상당히 ‘통일’된 분위기가 느껴졌다. 70∼80년대 복고풍을 기본 모티브로 하는 남북한의 현재 유행경향이 흡사하기 때문.

▽원색의 물결〓짙은색 의상보다는 빨간색 파란색 분홍색 등 화려한 원색이 주류였다.

꽃무늬, 물방울무늬가 새겨진 컬러셔츠나 ‘달린옷(원피스)’과 투피스를 두루 입고 다니며 목선, 어깨선 부위에는 물결라인이 들어가 있는 것이 주종.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대다수 평양시민은 검게 탄 피부에 개량한복, 인민복을 걸친 모습이지만 이 구역만큼은 뽀얀 피부와 밝은 표정에 양장 차림을 한 사람들이 많다.

활동성 강조를 위해 무릎 아래 A라인이 변형돼 조금 넓게 퍼진 스커트 또는 주름스커트 차림의 여성들이 많다. 여성은 단을 짧게 처리한 9분바지를 많이 입는다.

▽노출패션도 있다〓평양시 모란봉에 있는 을밀대(乙密臺) 등 대규모 휴양지에서는 흰색 슬리브리스 러닝셔츠 차림의 20∼30대 남성이 어울려 혁명가를 부르며 음주여흥을 즐긴다.

평상복 반소매 남방셔츠를 입을 때도 단추를 3개쯤 풀어 러닝 윗부분을 자연스레 노출시킨 채 거리를 활보하는 남성도 많다.

인민복을 아웃웨어 삼아 걸치고 러닝을 전부 드러내는 키치적인 스타일도 눈에 띈다. 여성들의 투피스는 더운 날씨 탓에 마 소재와 홑감 옷이 유난히 많아 치마 밑단, 어깨 부위쪽에 자연스럽게 ‘시스루’가 이뤄진다. 레이스가 달린 이너웨어는 겉옷 위로 2∼3㎝ 정도 자연스럽게 드러내 입기도 한다.

▽고상한 여성미〓남한에는 섹시한 여성미를 추구하는 여성들이 많은 데 반해 북한은 청초하고 자애로운 이미지가 겸비된 여성미를 추구하는 것이 특징. 낙원백화점 점원 진명실씨(27·여성복 담당)는 “옷 형태가 갈수록 천태만상이 되지만 우리 인민은 항상 고상하게 옷을 입는 여성들에게 높은 평가를 내린다”고 말했다. 백화점에 진열돼 있는 옷들은 대부분 중국제이며 50달러가 넘는 일제 고가품도 더러 있다. 천을 따로 팔아 가정에서 옷을 만들 수 있게도 한다.

▽잡화, 소품은?〓귀고리는 거의 눈에 띄지 않지만 여성들의 목걸이 착용률이 매우 높다.

스타킹은 끝이 무릎 밑 10㎝ 정도에 닿는 것이 제일 많고 색상은 살색이 유일하다. 여성구두의 굽은 3∼5㎝ 정도로 통일돼 있으며 ‘싼달(샌들)’은 흰색 갈색 소재에 끈이 많은 스트랩 슈즈형이 대부분이다. 요즘은 햇볕이 뜨거워 챙이 달린 모자도 많이 쓰고 다닌다. 학생들은 끈 달린 운동화를 주로 신는다.

<평양=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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