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임숙/GM주총장의 대우노동자

  • 입력 2001년 6월 7일 18시 47분


6일 미국 델라웨어주 듀폰 호텔. 제너럴모터스(GM)가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있는 현장에 GM의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한국의 노동자들이 참석해 발언을 했다. 대우자동차 노조집행부와 금속노련 간부 그리고 변호사 1명 등 5명으로 구성된 ‘반 GM매각 대표단’이었다. GM측은 이들에게 이례적으로 공식적인 발언권을 주었다.

“노조와 협의 없이 GM이 대우자동차와 인수협상을 벌이는 것을 우려한다.” “GM이 대우차를 인수한다면 한국 노동자와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다.” ‘대표단’은 발언과 유인물을 통해 이같이 ‘경고’했다.

이들의 활동은 적어도 이날까지는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GM 주총장에 있던 많은 주주들이 ‘노동자와 충돌할 가능성’에 동요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활동이 대우차 매각협상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매각가격이 낮아질 수도 있고, 혹은 대우차를 인수하려는 GM경영진의 판단을 주주들이 뒤집을 수도 있다. 주주들에게 ‘노사분규’라는 부정적인 변수를 각인시킴으로써 인수 반대의견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결과를 낳든 ‘대표단’의 활동은 한국의 이미지를 떨어뜨릴 것이 분명하다. 2월 대우차 노조가 프랑스 등 서유럽 일대에 ‘김우중 체포 결사대’를 파견했을 때를 보아도 그렇다. 대우차는 체포 결사대 파견으로 이미지가 실추되었고 그 후 사실상 서유럽지역의 판매에서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GM을 상대로 한 매각협상이 결렬될 경우 대우차에는 과연 어떤 대안이 남을까.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매각 결렬시 독자생존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우차 경영진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대우차 노조 집행부와 상급노조는 GM과의 매각협상에 대해 생산직 4300명 가운데 3700여명이 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하임숙<경제부>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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