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김상수/이종범이 돌아와야 하는 이유

  • 입력 2001년 6월 5일 12시 43분


일본 프로야구 진출 4년 만에 소속팀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방출 당한 ‘야구천재’ 이종범(31)이 야구인생의 기로에 서있다.

1일 구단에서 퇴출 절차 중 하나인 웨이버 공시를 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아직 일본 내 어느 구단으로부터도 영입 제의가 없다.

7일까지 연락이 없으면 그에게 남은 선택은 한국행과 미국행 두 가지밖에 없다.

현재 이종범은 “미국에서 마지막 야구인생을 펴고 싶다”며 미국진출을 타진 중이다. 그는 웨이버 공시기간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 신분이기 때문에 어느 팀과도 계약이 가능하다.

문제는 일본에서 실패한 그를 원하는 미국 구단이 있겠느냐 하는 점. 설사 계약을 하게 되더라도 마이너리그 계약이 될 확률이 높은데다 30대에 낯선 영어를 배워가며 2∼3년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인내할 수 있을까.

물론 그의 말대로 사람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일본출신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나 신조 스요시(뉴욕 메츠)처럼 일약 주전 자리를 꿰차고 다시 일어설 가능성도 있다. 또 그만한 재능도 있다.

하지만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할 때 갈 길은 이미 정해진 것 같다. 바로 고국 무대다.

이종범은 고국에 돌아올 수 없는 이유로 ‘명예’를 들었다. 최근 일본을 방문한 해태 타이거즈 정기주 사장과의 면담에서도 “이대로는 못 간다. 명예회복을 하고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큰 무대에서 뛰다 다시 ‘우물안’으로 들어가는 게 싫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명예를 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해태 인수를 밝힌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도 그를 원하고 있고 광주팬도 기다리고 있다.

간판을 바꾼 고향팀을 위해 마지막 봉사를 한다면 그보다 좋은 명예회복은 없다.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그를 보고 팬들은 예전과 똑같이 ‘이종범’을 연호할 게 분명하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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