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한나라 노선 논쟁…이총재 "개혁안하는 보수는 수구"

  • 입력 2001년 5월 18일 18시 35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17일 자택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이든 사회든 개인이든 항상 변화하는 방향으로 개혁하고 혁신해야 하며, 이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국가혁신위 명칭에 사용한 ‘혁신’이 ‘개혁’과 어떻게 구별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 총재는 이어 “보수도 개혁하지 않으면 수구가 되고, 진보도 안주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진보가 된다”며 최근 자신이 한나라당의 정체성으로 규정한 ‘개혁적 보수’노선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스승의 날(15일) 서울 해성여중에서 일일교사로 강연을 할 때에도 교육개혁을 언급하면서 ‘변혁’이란 말을 여러 차례 사용하는 등 최근 들어 ‘개혁’ ‘변혁’ ‘혁신’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총재의 이념적 정체성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기조에 서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남북문제에서는 엄격한 상호주의를 강조하고 있고, 외교분야에선 미국의 역할을 중시한다. 국가보안법 개정도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 보수파의 선봉장 격인 김용갑(金容甲) 의원은 17일 당 홈페이지에 ‘왜 보수당이라고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가’라는 글을 올리고 이 총재의 ‘개혁적 보수론’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거꾸로 당내 소장파 의원들은 “‘개혁적 보수’에 개혁은 없고 보수만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남북문제에 있어 너무 보수층의 시각만 대변해 시대의 흐름에 뒤지고 있고, 최근의 재벌규제 완화정책도 재벌옹호로 비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의 ‘개혁적 보수론’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96년 1월 정계 입문 직전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념적 성향에 대해 “보수의 기반 위에서 개혁을 지향한다”고 말했고, 이후 ‘열린 보수’ ‘합리적 보수’라는 표현을 혼용해 왔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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