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 외국인 '2등주식'도 적극 매수한다

  • 입력 2001년 5월 18일 15시 41분


외국인들의 매수대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포항제철 한국통신 등 핵심블루칩 위주에서 중가 업종대표주와 저가 대형주로까지 매수기반을 넓히고 있다. '1등주식'만 고집하다가 점차 '2등주식'도 사들이는 양상이다.

외국인들은 이번주들면서 LG전자 SK 대한항공 삼성전기 태평양 등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18일에도 이같은 매수패턴을 보여줬다.

외국인들은 국민은행 대우증권 SK 대상 등을 집중적으로 매집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UBS워버그증권(95만주) 모건스탠리딘위터증권(67만주) 골드만삭스증권(41만주) HSBC증권(39만주) 등을 통해 242만주 가량을 사들였다.

시장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매수대상 확대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빅 4'에서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종대표주를 적극적으로 사들일 것으로 전망한다.

무엇보다 외국인들의 국내증시에 대한 추가투자 가능성이 크다.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공격적인 금리인하로 미국경제가 불황을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한국증시가 유력한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당연히 중저가 대형주에 대한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

김정기 코스모투자자문 주식운용이사는 "한국경제는 IT산업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할 경우 아시아 국가중에서 최대수혜를 입는다"며 "미국경제 회복으로 상승탄력이 제일 높을 한국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는 늘어날 것이다"고 전망한다.

외국인들이 미국증시 회복의 최대수혜국인 한국증시에 대한 투자비중을 확대하고 이런 연장선상에서 중저가 업종대표주로까지 매수를 늘린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주장은 18일 발표된 CSFB증권의 투자보고서에도 잘 나타난다.

CSFB증권은 아시아 증시가 풍부한 유동성과 기업수익 상승 모멘텀에 비해 저평가됐다며 향후 아시아 증시를 낙관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증시도 과거 평균 P/E(주가수익배율)이 11.8배 이지만 현재 9배에서 거래될 정도로 저평가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증권사는 특히 △하이닉스반도체(구 현대전자)의 외자유치 △대우차 매각 △현대투신의 외자유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등이 이뤄진다면 한국증시의 저평가 요인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되지 않더라도 현재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증권은 이들 악재가 해소된다면 올연말까지 국내증시가 85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입장을 최근 피력했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한국증시의 비중을 확대하려고 하지만 사실상 '1등 주식'은 추가매입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59.25%(17일 기준)에 달하는 등 추가매수 하기엔 부담스럽다. 한국통신은 이미 외국인 한도를 100% 소진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대차 삼성전기 국민은행 삼성증권 대한항공 태평양 등이 대안으로 부상한다. 이들은 꾸준히 안정된 실적을 보여주고 있거나 지금 당장 순이익을 기록하지 않지만 향후 경기가 회복되면 실적호전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들이다. 업종 대표주인 만큼 유동성도 풍부하다.

현정환 SK증권 투자분석팀 선임연구원은 "최근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은 '2등주식'을 매수하더라도 한국경기의 바닥권 탈출과 금융시스템의 붕괴가능성 희박 등으로 '부도위험'이 줄어들었다는 확신감을 보여준다"며 "이런 맥락에서 외국인들의 '2등주식'에 대한 매수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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