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건강]열명중 두명꼴 천식증세

  • 입력 2001년 5월 15일 18시 59분


13일 낮 서울 S병원 응급실. 환자 김모씨(52·여)가 앰뷸런스에 실려오자 전공의 심모씨(33)가 급히 달려갔다. 환자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으며 손톱은 파란색이었다.

청진기를 가슴에 댔더니 쌕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보통 사람은 1분에 18∼20회 숨쉬지만 김씨는 30회씩 호흡했다. 환자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산소 마스크를 대주고 기관지 확장제(네뷸라이저)를 흡입토록 했다. 정맥으로 기관지확장제와 스테로이드제제를 주사했지만 숨은 여전히 가빴다.

심씨는 김씨의 기관지에 관을 넣은 뒤 인공호흡을 시킨 다음 중환자실로 옮겼다.

심씨는 “다행히 중환자실에 빈 자리가 남아 있었기에 환자가 살 수 있었지만 만약 중환자실이 꽉 찼더라면…”하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는 “며칠 전 응급실에서 환자가 천식 발작으로 숨지는 것을 맥없이 지켜봐야만 했다”면서 “천식은 자칫하면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병”이라고 말했다.

▽천식이란〓천식의 영어 아스마(asthma)는 ‘숨차다’ ‘헐떡인다’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온 말.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관계되어 나타나는 기관지의 만성 알레르기 염증을 뜻한다. 증세가 호전돼도 치료에 소홀하면 거듭 재발하는 골치아픈 병이다.

천식은 아주 흔한 병이다. 올해 보건사회연구원이 20세 이상 성인 882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5∼20%가 천식 증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어린이 중 천식 증세를 보인 경우는 86년 5.6%였지만 97년에는 14.5%로 급증했다. 증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천식의 악화요인〓천식 환자는 흔히 감기 때문에 ‘발작’을 일으킨다. 감기 바이러스는 기관지의 상피(上皮)세포를 손상시키고 알레르기를 일으켜 기도를 더욱 예민하게 만들어 ‘천식발작’이 일어나는 것. 김씨도 감기 때문에 천식이 악화된 경우. 기관지의 염증이 보통 때보다 훨씬 많았고 이 때문에 응급실에 와서도 치료가 잘 되지 않았다.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찬 공기, 말린 과일, 격렬한 운동, 담배 연기, 스트레스, 향수, 매연, 아스피린 등 일부 약물 등이 천식을 악화시킨다.

국내 통계는 없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세계에서 18만명 정도가 천식으로 숨진다.

▽평소 관리법은〓천식은 완치가 불가능하지만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면 증세의 예방은 가능하다. 환자의 증세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의 종류, 투여 방법 및 기간 등이 달라진다.

기관지가 좁아지면 기관지확장제를 이용하지만 평소 자신의 증세에 따라 알레르기 염증을 없애주는 약을 꾸준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예방 치료제로는 흡입 부신피질호르몬 제제가 가장 많이 쓰인다.

생활요법도 중요하다. 집안은 먼지가 날리지 않게 물걸레나 진공청소기로 자주 청소하고 집먼지진드기의 온상이 되는 카펫이나 침대 등 천으로 된 가구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진드기는 섭씨 25도, 습도 80%인 환경에서 잘 번식하므로 여름철엔 제습기나 에어컨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애완동물은 진드기의 번식 터전이 되거나 천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꽃가루가 날리거나 대기 오염이 심할 때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도움말〓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최동철교수, 세란병원 내과 이종경과장)

<이진한기자·의사>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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