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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15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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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피부색 등에 대한 증오와 차별은 어리석은 인간들의 서글픈 자작극(自作劇)일 뿐이다. 그러나 오해와 광기로 인한 비극은 늘 되풀이되었다. ‘열린 나라’라고 할 미국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라 흑인노예를 부리는 것 또한 자연의 섭리다’(철학교수 토머스 듀) ‘흑인노예 없이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는 존재할 수 없다’(부통령을 지낸 칼 훈)는 공언이 통했다.
▷백인지배를 외치는 미국인들은 KKK라는 비밀 폭력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흑인을 미워해 방화 린치 살인을 일삼는 이들 회원이 한때 450만명에 이른 적도 있다. 흑인 참정권 반대에서 나아가 반(反)유대주의, 반가톨릭으로까지 치달았다. 1920년대 이들은 콜로라도주 같은 데서 선거를 통해 지사 의회 사법부 경찰을 장악할 정도로 기세를 떨쳤다. 이제 KKK는 퇴조하고 잔명을 이어가는 정도다.
▷일본 도쿄의 이시하라 신타로 지사가 중국인 범죄를 말하며 ‘민족의 DNA’ 운운했다. 나치나 KKK의 섬뜩한 살인 광기, 그리고 1920년대 간토(關東)대지진 때의 무차별 조선인 학살 같은 악몽이 떠오른다. 이런저런 범죄에 혈통이나 국민성을 들이대는 것은 위태로운 짓이다. 나아가 누워서 침뱉기가 될 수도 있다. 조선 병사들의 코와 귀를 베어가 ‘무덤’을 만든 히데요시 군대의 잔인성, 인육(人肉)을 먹은 일본인의 엽기성, 구석기유적을 파묻었다 캐내 일본의 유구함을 날조하는 후지무라 신이치 같은 파렴치. 이런 유별난 짓들을 ‘일본의 DNA’냐고 물으면 무엇이라고 답변할 것인가.
<김충식논설위원>seesch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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