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늘만 쳐다보는 수돗물 대책

  • 입력 2001년 5월 15일 18시 20분


동두천시의 수돗물 공급 중단 사태를 지켜보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의 가장 기초적인 기능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개탄이 절로 나온다. 봄가뭄으로 한탄강이 말라붙어 제한급수가 실시되면서 동두천시 일부 식당가는 문을 닫았고 고지대는 화장실 사용이 어려운 지경이라니 동두천 시민들의 고통이 남의 일 같지 않다.

96, 99년 한탄강 유역에 홍수가 발생했을 때 연천댐이 붕괴돼 수해를 가중시키자 당국이 댐을 헐어버려 오늘의 물부족 사태를 악화시켰다. 홍수로 댐이 무너졌으면 보강할 일이지 대체 상수원도 확보해놓지 않고 댐을 헐어버린 것은 무책임 행정의 표본이다.

동두천시는 팔당호 물을 가져오기 위한 송수관로 공사계획을 세웠으나 지금 공사에 들어가더라도 2003년에나 완공이 가능한 실정이다. 그저 하늘만 쳐다보는 수돗물 대책이라는 비난을 들을 만하다.

경기 북부 지역 주민들은 해마다 홍수와 가뭄을 번갈아 치르고 있다.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는 매년 되풀이되는 이 지역의 홍수 피해와 물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탄강 계곡에 댐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전망이 불투명하다.

연천군은 한탄강댐보다 남북 협력사업으로 민통선 지역에 임진강댐을 서둘러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건의서를 건교부에 올렸다. 한탄강은 임진강의 지류이고 임진강은 유역면적의 3분의 2가 북한 지역이다. 남북한 정부는 홍수를 조절하고 갈수기에 물을 공급해 경기 북부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에 경협사업의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연평균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3배에 이르지만 강수량이 여름철에 집중돼 대부분 바다로 흘러가버리고 이용되는 물은 24%에 불과하다. 이처럼 수자원 관리가 어렵고 인구밀도가 높아 유엔 국제인구행동연구소는 한국을 물부족 국가로 분류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인구 2000만명이 몰려 사는 수도권은 2006년경부터 물부족이 예상된다.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다목적댐 건설은 곳곳에서 반발에 부닥쳐 있고 물부족으로 난리를 치다가도 비가 오면 곧 잊어버린다.

물부족은 삶의 질을 떨어뜨릴뿐더러 농업과 공업 등 경제발전에 장애요소가 된다. 치수(治水)는 국방 치안과 함께 국가 행정의 기본을 이루는 것인데도 이렇게 소홀히 다루다가 막상 물부족 대란이 현실로 나타나면 상상하기 어려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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