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게임월드]세가, 화제작 '쉔무'

  • 입력 2001년 5월 13일 19시 13분


◇영화같이 리얼한 그래픽 압권

‘쉔무’는 일본의 게임업체 세가가 자사 게임기인 드림캐스트의 성패를 걸고 만든 게임이다. 99년 말 나온 이 게임은 ‘FREE’, 즉 ‘풀 리액티브 아이즈 엔터테인먼트(full reactive eyes entertainment)’라는 생소한 장르를 내세우며 출시 전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게임 팬들은 미리 공개된 화려한 스크린샷을 보며 뭐든 마음대로 진행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을 기대했다. 지나가는 사람 아무에게나 다리를 걸어볼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멀쩡한 건물 유리창도 깨버릴 수 있는 게임을 바랬다. 정해진 대로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무제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면, 게임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출시된 게임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놀라운 그래픽을 보여주었다. 지나가다 얼핏 보면 진짜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의 3D 그래픽에 사소한 대화 중에도 계속 변하는 다양한 카메라 워크, 평소 늘 보던 거리와 사람들의 실감나는 재현 등 게임이라기보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 같은 자유로운 행동은 불가능하다.

게임 진행은 보통 어드벤처 게임과 비슷하다. 어떤 사건이 있고, 그 사건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는 물건이나 사람 앞에 가면 버튼 마크가 뜬다. 해당 버튼을 누르면 대화가 진행되고 거기서 정보를 얻는다. 특이한 점이라면 게임 속 시간이 플레이어의 행동과 관계없이 흘러가서 시간을 맞추지 않으면 해당 이벤트를 볼 수 없다는 점 정도다.

그런데 이 게임은 오히려 보통 어드벤처 게임보다도 선택과 분기점이 적다. 대화할 때 대답조차 선택할 수 없어 그냥 버튼만 누르며 이야기의 진행을 지켜봐야 한다.

언제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볼 수 있는 이벤트가 달라지고 두 세 번 플레이해도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이벤트가 많긴 하지만 자유로운 기분을 맛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특정 이벤트를 보기 위해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로 찾아가야 하는 우스꽝스러운 의무감이 생긴다.

하지만 그 이유 때문에 ‘쉔무’의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에 위화감이 생기지는 않는다. 정해진 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때문에 현실감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현실은 무한한 자유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건 형식적인 가능성일 뿐이다. 사회에는 해야 할 일들과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다. ‘쉔무’에서는 대화를 선택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행동도 많지 않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서는 안 되는 말이 너무 많다.

‘쉔무’는 게임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지 못한다.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구별이 사라지는 건 아직은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일이다. 그러나 ‘쉔무’의 세계가 현실보다는 자유로울지 모른다.

(게임평론가)

SUGULMAN@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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